최근 미디어 지형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실감한 두 사례가 있었다.
지난 17일 오전 한때 구글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가 장애를 일으켜 접속해도 영상이 재생되지 않는 오류를 일으켰다. 접속 장애는 전세계적으로 약 90분간 이어지다 정상화됐다.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로 10억명이 이용하고, 국내의 경우 동영상 스트리밍 트래픽에서 유튜브가 점유하는 비율은 85%에 이른다. 거의 절대적이다. 유튜브를 동영상 시청만이 아니라 검색과 홍보,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유튜브 장애 현상에 대한 세대별 반응이었다. 요즘 포털 뉴스 사이트에서는 ‘많이 본 뉴스’ 통계를 세대별로도 제공하는데, 유튜브 장애 당일 10대가 많이 본 뉴스는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유튜브 장애’ 기사였다.
20대가 많이 본 뉴스에는 5건중 2건이 유튜브 장애 기사였다. 30대, 40대, 50대 이상이 많이 본 기사 목록엔 흔적이 없었다. 젊은 세대가 유튜브를 많이 본다는 것이 알려져 있지만 통계로 확실하게 드러났다. 항상 세대별로 선호하는 미디어가 있지만, 지금처럼 세대별로 미디어 소비가 구획되어 분리된 경우는 없었다. 가족들이 함께 텔레비전 뉴스와 드라마를 시청했던 시기와 각자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환경의 차이다.
미디어 지형이 급변했음을 또한번 경험한 사례는 달포전 콘텐츠 크리에이터 ‘도티’를 만난 날이었다. 15분짜리 강연 동영상 촬영을 위해 저명한 연사들과 도티가 한자리에 모였는데, 50대 저명연사들이 ‘처음 듣는 이름’ 도티는 초등학생들과 10대 사이에선 ‘살아있는 뽀로로’로 불리는 ‘우상’이었다. 도티가 설립해 운영하는 콘텐츠 채널 ‘샌드박스’의 유튜브 글로벌 트래픽은 방탄소년단, 빅뱅을 넘어섰다. 200만명 넘게 구독하는 이 채널에서 한달 동안 발생하는 시청시간은 780년이었다. 주로 10대와 초등학생들이 만들어낸 트래픽이다.
10대가 새로운 미디어에 열광한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어린 세대가 즐기는 미디어와 30대 이상의 기성세대가 의존하는 미디어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세대별로 서로 다른 내용을 보고 즐긴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상대가 나와 전혀 다른 세계에 접속해 서로가 모르는 내용을 본다는 것은 소통과 공감의 지대를 축소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대별 미디어 이용 변화가 중요한 의미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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