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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300명 동원 ‘주총 예행연습’ 비판에 황창규 KT 회장 “삼성은 더 심하게 한다”

등록 2018-10-10 20:40수정 2018-10-10 22:09

[2018 국정감사]

직원 300명 동원해 자신 비판하는
주주총회 상황 예행연습 시켜
‘부적절’ 지적에 “다 그렇게 한다”
쏟아지는 질의에도 여유있는 답변
‘리더십’ 지적에 “전혀 흔들림 없다”
황창규 케이티(KT) 회장이 지난 4월17일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서대문 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창규 케이티(KT) 회장이 지난 4월17일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서대문 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케이티(KT)에 무슨일이 일어났습니까? 최순실 지원을 해주고, 그렇게 하면서 불법정치자금을 조성하고….” “야 똑같네! 또 끊어!” “이사 선임안에 대해 굉장히 마음에 들고요. (중략) 원안대로 승인하는 데 동의합니다.”

1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소란스런 음성파일 하나가 재생됐다. 야유와 박수 소리가 섞인 이 음성파일은 늘 ‘바람 잘 날’ 없는 케이티의 주주총회 실황을 녹음한 파일 같지만 아니었다. 파일을 재생한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케이티의 주주총회가 있기 하루 전날 케이티가 직원 300명을 동원해 실시한 예행연습을 녹음한 파일”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케이티는 매년 주주총회 전마다 서울 우면동 연구개발센터에 직원들을 모아놓고 예행연습을 했다고 한다. ‘케이티 민주동지회’ 등 회사의 경영방침을 비판하는 노동자(주주)들의 소란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서다. 녹취록 전문을 보면, 시나리오 역시 매우 상세하다. 회사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주주 역할을 맡은 직원은 황 회장을 “각종 은폐에 협조해 자신의 지위를 지켜왔다”고 말하기도 하고, 최순실을 언급하며 황 회장을 비판하기도 한다. 반면, 회사에 우호적인 역할을 맡은 이들은 야유 소리를 내거나 “솔직히 이게 개판이지 주총입니까”라는 비아냥 소리를 내기도 한다. 시나리오를 보면, 회사와 황 회장을 ‘디스’하는 시나리오를 상세하게 짠 셈이다.

김 의원이 함께 공개한 전직 직원의 진술서를 보면 “주총 발언자는 한달 전부터 차출돼 본사에서 대본을 암기했으며, 단순 참가자들은 예행연습 때 좌석을 지정받아 회사 쪽에 호응하고 민주동지회 발언자에게는 야유를 보냈다”며 “민주동지회가 앞자리에 앉지 못하게 자리를 맡아야 했는데 화장실에 갈 때도 자리를 인계하고 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황 회장에게 “너무 과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황 회장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예행연습은) 어느 기업이든 다 한다. 삼성에서는 더 심하게도 한다”며 “질서유지와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을 지시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 회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도 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국감 증인으로 출석했다. 황 회장은 대표로 증인 선서를 하고, 쏟아지는 질문을 ‘여유있게’ 받아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회장이 수사를 받고 있어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지 않느냐. 노조에서도 성명이 계속 나오고, 회사 동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일 것”이라고 지적하자, 그는 “성명은 제2노조에서 얘기한다. 30명 정도의 직원들이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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