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저녁 인터넷 기술과 관련해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과 전길남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명예교수의 대담(사진)이 열렸다. 빈트 서프는 최초로 패킷 전송을 위한 프로토콜(TCP/IP)을 만들어낸 ‘인터넷의 아버지’이며, 전길남 교수는 정보기술 불모지였던 한국을 1982년 세계에서 두번째로 인터넷 연결에 성공시켜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린다.
두 사람은 미국 대학(UCLA)에서 함께 공부한 동료로 첨단 네트워크 기술인 인터넷을 앞서서 연구·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앞장서서 인터넷의 보급과 올바른 사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점도 비슷하다. 빈트 서프는 구글의 인터넷 에반젤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 교수는 수십년간 아시아와 아프리카 저개발국에 인터넷 연결을 지원해왔다. 두 사람은 각각 인터넷 개발과 보급의 공로로 세계 인터넷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다.
인터넷의 선구자들은 현재의 정보화 세상과 미래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역사상 기술의 힘과 영향력이 막대해져, 가장 뛰어난 알고리즘과 서버를 소유한 집단이 거대한 힘을 갖게 됐다. 기술자와 기업이 거대한 힘을 갖게 되었는데 이를 통제할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라고 두 사람에게 질문을 던졌다. 빈트는 낙관과 개인적 노력을, 전길남은 비판과 사회적 각성을 촉구했다.
서프는 가짜뉴스의 폐해를 언급하며 “가짜뉴스의 영향력은 기술의 결과가 아니라, 기술을 남용하는 사람 때문에 생긴 문제다. 사람이 가짜뉴스를 감별할 능력은 있지만 노력하지 않는 게 문제다. 기술을 탓하기보다 우리가 노력을 기울일 때만 검증 기술을 강화할 수 있고 신뢰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에만 의존할 수 없고 최종적으로 개인이 ‘비판적 사고’를 품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정보화 기술이 초래할 미래를 밝게 보지 않았다. 그는 “갈수록 기술이 강력해지고 있으며 위험한 상태이다. 기술을 함부로 이용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도구를 잘 활용해 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이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없다. 특히 서구와 달리 한국 사회에 이런 노력이 없다. 한국이 그동안 기술 콤플렉스에 빠져 있었지만 이제는 벗어날 수준이 됐다. 기술을 어떻게 통제할지를 추구해야 할 시기인데, 너무 노력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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