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외에서 스마트폰에 새로운 사용법들이 추가됐다. 스마트폰을 더 다양하게 쓸 수 있게 됐지만 알고 보면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국내에선 ‘스몸비 방지’ 모드가, 국외에선 ‘윈드 다운’ 모드가 스마트폰에 추가 기능으로 탑재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9일 청소년용 스마트폰 사용 안전을 위해 운영하는 ‘사이버 안심존(https://ss.moiba.or.kr·사진)’ 앱에 ‘스몸비 방지 모드’를 추가했다. 스몸비란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이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5~7보 걸으면 스마트폰 화면이 자동으로 잠긴다. 잠금을 풀려면 걸음을 멈추고 잠금해제 버튼을 눌러야 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스마트폰 관련 교통사고는 2.2배 증가, 보행자 관련 사고는 1.6배 증가했다. 사고가 발생한 연령대는 20대 이하 청소년이 40.1%로 가장 높고, 사고 발생 시간은 하교 시간과 일치하는 오후 3~5시에 집중됐다.
‘윈드 다운’ 모드는 구글이 지난주 구글 개발자회의(I/O 2018)에서 공개한 기능으로, 사용자가 윈드 다운 모드를 켜면 취침 시각처럼 미리 설정한 시각 이후 스마트폰 화면이 흑백으로 바뀐다. 컬러 화면을 흑백으로 바꾸면 저절로 흥미가 떨어지고 사용자에게 사용 시간을 의식하게 만들어 균형있는 스마트폰 사용을 도울 수 있다.
구글은 이번 개발자회의에서 ‘디지털 웰빙’을 제시하며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다양한 기능을 추가했다. 새로운 구글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피(P)는 전화기를 뒤집어놓는 것만으로 바로 방해금지 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휴대전화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요란하게 울리는 벨소리가 뭇사람의 눈길을 잡아끈 자랑거리였지만, 이내 거슬리게 됐다. 간단하게 진동 모드로 전환하는 매너 모드가 등장했고, 비행기 모드가 추가됐다. 자신이 지정한 사람에게서만 연락을 받을 수 있는 ‘방해금지 모드’는 긴급상황과 연결 끊김에 대한 걱정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자 주도로 쓸 수 있는 기능이지만 좀처럼 활용되지 않는다.
계속해서 스몸비 방지 모드, 흑백 모드처럼 새로운 사용법이 등장한다는 것은 얼마나 우리가 정보화 기기의 유혹에 무기력한지를 알려준다. 새로운 사용모드 개발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사용습관에 대한 성찰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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