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과 ‘욜로’(Yolo)란 단어가 요즘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단어라고 한다.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준말로, 옷장 서랍 가득 반듯하게 접힌 속옷, 자신의 취향을 아는 주인이 내려주는 커피처럼 일상에서 맛보는 단단한 기쁨이다. 덴마크의 ‘휘게’나 스웨덴의 ‘라곰’이라는 정서와 닿는 신조어다. 욜로는 ‘인생은 한 번뿐’(You Only Live Once)이라는 문장의 단축어다.
거창하고 화려하고 오랜 기간 준비해야 하는 커다란 이상을 추구하느라 모든 것을 유예하는 삶이 아니라 일상과 주변에서 당장 누릴 수 있는 행복과 작은 기쁨의 가치를 일깨우는 단어들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풀꽃’의 구절처럼,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소박한 행복의 재발견과 추구라고 볼 수 있다.
소확행과 욜로 현상은 격차 확대라는 사회문제도 반영돼 있다. 멋진 승용차나 대도시의 번듯한 아파트를 꿈꾸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행위가 결실로 이어지기보다 영원히 실현 불가능할 것 같은 대상으로 멀어져가는 데 대한 반응이기도 하다. 이룰 수 없어 보이는 목표 대신 작지만 확실한 행복과 기쁨을 추구하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다.
널리 알려진 심리실험인 마시멜로 테스트가 있다.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어치우는 대신 먹지 않고 기다리면 나중에 하나를 더 준다는 말을 들은 아이들의 선택이 나중에 아주 다른 인생 행로를 걷게 되었다는 실험이다. 욕구의 즉시 충족 대신 나중으로 미룬 아이들이 성년이 된 뒤 여러 면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뤘다는 연구 결과다.
마시멜로 실험은 최근의 소확행 현상과 관련해 질문을 던진다. 만족 지연과 소확행, 어느 쪽이 행복을 가져오는 길일까.
행복에 이르는 정답은 없다. 두가지 방법이 모두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다만, 자신이 추구하는 만족 지연과 소확행에 대해서 얼마나 그것이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인가를 발견하는 게 우선이다. 커다란 목표이건 소박한 행복이건 유행과 추세에 떠밀려서 추구하는 것은 행복과 거리가 멀다. 실시간 기술의 발달로 기다림이 희소해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자신이 무엇을 기다릴 가치가 있는지 무엇은 유예할 수 없는 기쁨인지를 아는 것은 소중하다.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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