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아교육’을 주제로 내건 한 방송사의 강연프로그램에서 대학에서 오랫동안 유아교육을 가르치고
대학 부설 유치원장을 맡고 있는 유아교육 전문가가 요즘 유치원에 오는 아이들의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과거와 비교해 요즘 아이들 중에는 유사자폐로 분류될 만한 아이들이 많이 늘어났고, 특히 감정 통제가 안 되는 아이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습니다.”
코딩교육 의무화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사회적 대응이 부산한 상황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적합한 인재로 키우려면 아이를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가에 관심이 높은 학부모들이 모인 자리였다. 하지만 수십년간 유아교육을 연구하고 지금도 유아교육의 현장에 있는 전문가가 볼 때는 오히려 기본적인 감성교육, 인성교육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유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초등학교 교사들은 해가 바뀔수록 어린 학생들을 지도하기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눈치없는 아이들이 해가 바뀔수록 늘어나고 있어요”라는 얘기다. 한 자녀 가정, 부모의 맞벌이, 보육시설 이용의 보편화 등 육아 환경이 과거와 달라졌으니 요즘 아이들이 부모나 이전 세대의 해당 연령대 모습과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양육환경 변화 중에서도 스마트폰의 영향은 두드러진다. 2010년 이후 스마트폰 대중화가 이뤄진 만큼 10년이 안 되는 기간이지만, 육아 환경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열차나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우는 아이를 찾아보기 힘들고, 유모차와 대형마트의 카트 안에서도 스마트폰 동영상을 보는 아이가 많다.
2014년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수도권 지역의 영유아(0~5살) 자녀가 있는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영유아 스마트폰 이용률은 53.1%였다. 이 아이들이 처음 스마트폰을 이용한 시기는 평균 2.27살이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자료를 보면, 2015년 유아(3~9살)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12.4%였는데 2016년에는 17.9%로 5.5%포인트
늘어났다. 유아 5~6명 중 1명꼴로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건 5차 산업혁명이건 미래의 핵심은 역시 사람이다. 코딩교육에 앞서 디지털 기기를 벗어나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아이를 양육할 부모들을 위한 사회적 차원의 교육과 대책이 시급하다.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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