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한 지인이 자녀가 ‘정예’도 아닌데 이른바 ‘소수 정예’ 학원에 다닌다고 말해왔다. 요즘엔 소규모 그룹을 만들어 가르치는 과외 지도가 아니라 일반 학원인데도 학급당 인원이 소규모여야 학부모들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이다. 학원비가 이전의 인원수 많을 때와 비교해 큰 차이 나지 않지만 인원은 학급당 4~5명인 경우가 많은 게 요즘 잘나가는 학원들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소규모 그룹이면 대규모 편성에 비해서 학습 효율성이 높은 것은 당연하지만, 최근 학원들의 소수인원 학급 편성은 요즘 학생들의 특성을 보여준다. 한 강의에 학생들이 6~7명을 넘어가면 수업에서 집중도가 떨어져 4~5명 또는 그 이하로 학급을 편성하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배경에는 스마트폰을 오랜 시간 사용하게 되면서 수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는 디지털 세대의 특성이 있는 것 같다는 게 학원 사업자들의 설명이다.
대입 재수를 위한 기숙학원도 늘고 있다. 대도시 근교에 수백명씩 학생들이 1년 가까이 기숙하면서 재수 준비를 하는 이들 학원의 공통된 특징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의 사용 금지다. 대입 수능을 위해서 고등학교를 가면 스마트폰을 피처폰으로 바꾸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과거에도 학습량이 많은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 깊은 절의 암자에서 공부를 하거나 산속에 있는 고시원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당면한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가져다주는 문명의 이기로부터 자발적 고립을 선택하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사람의 두뇌는 외부로부터 새로운 자극과 정보를 만나면 이에 주의력을 할당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새로운 정보에 둔감하면 생존이 어려운 상황을 겪어왔기 때문에 주어진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인류에게 필요한 생존법이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정보에 늘 접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선택하지 않은 알림과 정보가 끊임없이 나의 휴대용 기기로 전달되는 상황이다. 외부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정보에 주의력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아무리 유용한 정보가 늘어나더라도 내가 할당할 수 있는 시간과 주의력은 항상 제한돼 있다. 그 소중한 시간과 주의력을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에 할당하는 게 가장 뛰어난 학습방법이자 업무능력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