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이 인공지능을 동력으로 삼으면서 발달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사람이 애쓰던 일이나 복잡한 작업을 정확하고 간편하게 처리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류가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긍정적 도구가 될 것이라는 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인공지능 기술경쟁에 뛰어든 미국의 정보기술업체들의 한결같은 비전이다.
하지만 모두가 한 방향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은 최근 매사추세츠공대를 방문해 차별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쿡은 지난 9일 매사추세츠공대 졸업식 축사에서 기술에 대한 성찰적 접근을 강조했다. 쿡은 “기술은 암, 기후변화, 교육불평등과 같은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기술이 항상 해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때로 기술은 문제의 일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을 우려하지 않지만 오히려 사람이 컴퓨터처럼 사고하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결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거나, 가치관이나 공감 없이 사고하고 실행하는 것이 그가 말하는 컴퓨터 같은 인간에 대한 우려다.
쿡은 이번 매사추세츠대학 방문 때 저명한 미디어랩을 찾아 감성 컴퓨팅 기술을 만났다. 감성 컴퓨팅 연구를 이끄는 이 대학 로절린드 피카드 교수는 쿡에게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이 실제 우울증에 걸리기 전에 그걸 예측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우울증이 나타날 확률이 높은 사람을 사전 예측하기 위해서 스마트폰과 센서, 인공지능을 통해서 다양하고 개인적인 정보들을 분석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어려운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지만, 쿡의 입장에서는 ‘기술이 문제의 일부분’이 되는 상황일 수 있다. 사람 감정에 접근하기 위한 과정 자체도 다르게 볼 수 있다. 피카드 교수 연구팀은 이 연구를 수행하는 데 애플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스마트폰 운영체제와 달리 애플은 사용자의 개인적 데이터를 외부에서 활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기 때문이다.
나의 감정 상태 데이터를 제공해 미래 내가 어떤 정서적 상태에 처할지 기계가 예측하도록 하는 게 좋은 것일까, 아니면 정보기술 업체가 나의 내밀한 정보 영역에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게 좋은 것일까? 기술이 지닌 두 얼굴이 드러나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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