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하거나 모임에서 주제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 들여다보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상대에 대한 에티켓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바일 시대 새로운 규범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카페에선 연인들도, 친구끼리도 서로 눈을 바라보는 대신 고개를 숙인 채 각자 스마트폰을 매만지고 있다.
스마트폰이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나 대화에 들어와 주인 노릇을 하더니 급기야 내가 스스로 선택한 시공간에까지 침입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미디어 동시이용행태 분석’ 보고서는 많은 사람이 여러 미디어를 동시에 이용하는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지난해 미디어패널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스마트폰 이용시간 중 27.7%는 사용자가 신문·책·잡지, 텔레비전, 피시, 라디오 등 다른 미디어를 사용하는 시간과 겹쳤다. 이용자 스스로 텔레비전을 시청하기로 또는 라디오를 듣기로 선택했지만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스마트폰으로 다른 내용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현상이다. 이용자들은 스스로 선택한 미디어와 채널인데 왜 그에 집중하는 대신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든 것일까?
미디어패널조사에서 미디어 이용 중 스마트폰으로 멀티태스킹하는 기능은 전화통화, 소셜미디어, 정보콘텐츠 순이었다. 새로운 미디어 이용 형태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단일한 미디어를 이용하던 상황에서 미디어를 보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상대의 반응을 보거나 나의 감상을 공유하고 또 미디어에 나온 내용에 대해 검색을 통해서 추가적 정보를 찾는 행위를 동시에 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마치 축구경기를 친구들과 모여서 볼 때 더 즐거운 것과 비슷하다. 기존엔 일방향적 매스미디어를 이용하는 방법뿐이었으나,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라는 도구와 네트워크를 접하면서 미디어 이용이 달라진 것이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니컬러스 카는 인간 두뇌 구조상 멀티태스킹은 환상이자 속임수라고 지적했다. 멀티태스킹은 집중력과 주의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심층적 사고력을 저해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문이나 책을 읽다가 사전을 찾아보던 것도 사실은 미디어 동시이용이다.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과 멀티태스킹이 자체로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사용하는 자의 의도와 이해가 더 중요하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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