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환경에서 자녀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빠지지 않는 질문들이 있다. “몇학년 때 스마트폰을 사주는 게 좋을까요?” “어떤 방법을 쓰면 아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부모 자신은 스마트폰 중독에 가까운 생활습관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녀는 학업을 위해 스마트폰을 못 쓰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묻는 경우도 많다.
각 자녀의 특성과 그 가정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제3자가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할 수도 없거니와 정해진 답이 있을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설명하며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답변을 한다. 자녀와 가정의 특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모가 힘들더라도 자녀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무엇을 하는지를 파악하고 자녀와의 소통과 신뢰를 통해서 현재의 사용 태도 중 무엇이 문제인지를 살피고 자녀 스스로 자신의 사용 습관 중 무엇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런가 하면 정부가 학생들이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사실 학부모의 이러한 요청에 부응해 게임 셧다운제와 자녀 스마트폰 관리앱이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지만, 효과는 거의 없다. 스마트폰과 게임 이용으로 대표되는 청소년들의 미디어 이용 습관과 태도는 법규나 강제적 규제로 변화시킬 있는 게 아니다. 이용 주체인 청소년이 스스로 자신의 미디어 이용에 대해 성찰하고 문제점을 발견한 뒤에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하는 방식 위주여야 한다. 또한 부모와 교사가 스스로 디지털 기술과 속성에 대해 학습하고 각자의 사용방법을 성찰함을 통해서 기술 이해를 넓힌 뒤에 청소년 세대가 스마트폰에 대해서 갖는 생각을 이해하는 게 순서다.
구글은 미국에서 이달 중순부터 자녀들이 성인물 등 인터넷의 청소년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지 않도록 부모가 인터넷 접근 범위를 설정할 수 있는 패밀리 링크 서비스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부모가 자녀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에 시간 제한을 둘 수도 있고 자녀가 어떤 앱을 얼마나 오래 사용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식사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잠가버리는 기능도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인터넷 사용과 성인물 노출이 늘어난 데 대해 부모들에게 기술적 대응 수단을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기술적 도우미가 주어진다고 해도 자녀 양육자로서 부모의 역할과 책임이 벗겨지지 않는다. 자녀가 역사상 유례없이 강력한 정보 접근과 창작, 유통 수단을 지니게 됐다는 것은 부모에게도 그에 걸맞은 지도와 책임의 의무가 주어진 것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