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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요금 왜 안 내리냐고요?

등록 2017-02-16 14:03수정 2017-02-16 21:20

KISDI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
“이통시장 과점상태…경쟁 활발하지 않아”
겉모습은 경쟁체제인데 실제로는 경쟁 안해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 일대 3개 이동통신가입 대리점 앞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 일대 3개 이동통신가입 대리점 앞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이 경쟁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는 구조에 빠진 것으로 진단됐다. 시장 자율에 맡겨서는 개선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나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공약을 이행하는 방안으로 사업자 간 경쟁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혀왔는데, 시장 구조로 볼 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6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내놓은 ‘2016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은 과점 상태로 ‘경쟁이 활발하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됐다. 이통통신 사업자간 요금 경쟁 역시 제한적인 상태로 나타났다. 3개 사업자가 경쟁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는 시장을 과점해 이용자 편익을 높여주는 요금·품질·고객서비스 경쟁이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다.

※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보고서는 평가 근거로 1위 사업자인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시장점유율이 지나치게 높고, 1위와 2·3위 사업자 간 시장점유율 및 영업이익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을 들었다. 시장집중도(HHI)가 높고, 사업자 간 요금 격차가 크지 않은 점도 꼽았다. 4위 이하 사업자로부터의 경쟁 압력이 크지 않은 점도 경쟁 활성화를 저해하고 기대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2015년 말 기준 에스케이텔레콤의 가입자점유율은 49.5%, 매출점유율은 49.7%로 각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 회원국 평균보다 6.4%포인트와 4.9%포인트 높다. 1위와 2위(케이티(KT)) 사업자 간 가입자점유율 격차는 18.6%포인트, 매출점유율은 21.2%포인트로 각각 오이시디 평균치(각각 11.5%포인트, 13.9%포인트)보다 크다. 우리나라 1·2위 사업자 간 시장점유율 격차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의 집중도는 3752로, 역시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치(3531)보다 6.3% 높다.

보고서는 “특히 1위와 2·3위 사업자 간 영업이익 격차가 큰 게 투자 및 요금 인하 여력 등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 경쟁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런 모습은 통신 3사의 실적에서 이미 보여지고 있다. 3사 모두 해마다 통신망 고도화 투자와 마케팅비 지출을 큰 폭으로 줄이고 있고, 사업자 간 가입자 이동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영업이익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시장집중도와 1·2위 사업자 시장점유율 격차 등 일부 항목에서 소폭의 개선이 이뤄지고 있으나 사업자들의 자율적인 경쟁에 따른 게 아닌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 결과로 분석했다. 시장 자율에 맡겨둬서는 경쟁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인위적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은 시장원리에 위배된다. 경쟁 활성화를 통해 요금이 내려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과 맥락이 다르다.

보고서는 이어 경쟁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을 개선하려면 신규 사업자가 등장해 과점 상황을 깨야 하는데, 진입장벽이 큰 시장의 특성 탓에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미 2010년부터 7차례에 걸쳐 ‘제4 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이 시도됐으나 번번이 재정적 능력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무산됐고, 지금은 신규 사업자 허가 무용론까지 대두된 상태다.

※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그래픽_김지야

이런 상황은 정부가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과열 경쟁을 막겠다며 사실상 사업자 간 경쟁을 ‘관리’해왔다. 과열 경쟁을 막겠다며 5개이던 사업자를 3개로 통폐합했고, 이후에도 후발 사업자가 파격적으로 싼 요금제를 내놓거나 마케팅을 벌이려고 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을 내밀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출신의 한 교수는 “그동안 정부 정책은 경쟁 활성화보다 경쟁을 관리하는 쪽에 가까웠다. 이에 따라 유효경쟁 및 소비자 편익 증진을 목표로 삼아야 할 정책이 ‘사업자 보호’라는 함정에 빠지면서 경쟁은 실종되고 시장 구조는 독과점 상태가 심화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가 이동통신 시장구조 개선을 주요 과제로 삼아 해결책을 내놔야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와 제4차 산업혁명 흐름에서 앞서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 상태로 방치하면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투자는 소리만 요란할 뿐 실제로는 ‘시늉’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그 결과 미래 먹거리 확보와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해마다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는데, 이게 ‘배당 잔치’가 아닌 투자로 돌려져 전후방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보통신부 차관 출신의 통신 전문가는 “현실적으로 1위 사업자를 쪼개라고 할 수는 없으니 파워풀한 제4 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해 3사의 독과점 상태를 깨야 한다. 정책적으로 최고 품질의 유선망을 가진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을 참여시켜 유선 기반을 갖추게 하고, 5세대 이동통신 주파수를 몰아주면서 기존 이동통신망을 로밍해 쓸 수 있게 하면, 일본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수준의 이동통신 사업을 추진중인 국외 기업들의 투자까지 받는 신규 사업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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