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버진그룹의 경영조직인 버진 매지니먼트사는 매주 수요일이면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이메일과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을 일제히 차단한다. 직원들의 복지와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서 지난 6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조처다. 그 시간에 직원들은 아이디어 회의를 하거나 산책하면서 회의를 하거나 또는 달리기클럽 활동을 한다.
괴짜 경영자로 불리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창업자는 평소 얼굴을 마주보고 소통하는 방식을 강조하며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대신 전화로 상대의 음성을 들으며 소통하는 방식, 손으로 쓴 편지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스마트폰과 이메일, 문자메시지가 대중화되면서 일과 여가, 직장과 가정의 구분이 사라지게 되어 노동자들의 휴식할 권리가 침해받는다는 문제 제기가 일었다. 독일 도이체텔레콤, 폴크스바겐을 비롯해 독일과 프랑스의 기업들은 노사 합의를 통해 업무 시간이 아닌 때 업무 관련 이메일을 보내고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조처를 도입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5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저녁시간이나 주말에 직원들에게 업무 관련 이메일을 보내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근로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올해 입법예고된 바 있다.
그동안 유럽 사회와 노동계에서 논의되어온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주로 휴식시간을 업무 관련 이메일과 메시지로부터 보호하려는 노동자 권리 보호 차원이었는데, 버진그룹의 이메일 차단은 성격이 다르다. 기업에서 창의성과 효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이메일을 통한 업무 소통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대면 접촉과 전화 통화 등 전통적 소통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무 내용이 명확하게 문서로 전달되고 처리 이력이 기록되는 이메일은 효과적인 업무 도구이지만 대면 접촉이 주는 소통과 공감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게 브랜슨의 신념이다.
<인간은 과소평가되었다>의 저자 제프 콜빈도 사람 간의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성으로, 사람은 상대의 열정과 진실성을 대화를 통해서 파악하게 된다고 말한다. 대면 접촉에서 0.1초 만에 파악하게 되는 상대의 첫인상은 대체로 정확하고 신뢰할 만하다는 게 관련 연구들의 결론이다. 표정과 음성 등의 정보가 포함된 대면 소통은 전자적 소통 수단으로 대체할 수 없지만 희소해지기 때문에 점점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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