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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일터에서 로봇 채택은 인간의 ‘자해행위’일까

등록 2016-09-05 17:09수정 2016-09-05 19:56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요즘 금융기관에 가면 사람이 아닌 로봇이 투자를 대신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사진) 상품을 만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고액 투자자에게만 서비스하던 개인별 맞춤형 투자를 제공하고, 사람의 투자 자문에 비해 수익률이 높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투자전문가들과 로봇이 대결을 벌인 투자게임에서 로봇이 월등한 실적을 거둔 점을 내세워 로보어드바이저를 권한다.

그런데 로보어드바이저를 권하는 것은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투자 자문’ 영역에서 로봇과 사람 간 일자리 경쟁이 시작됐는데, 직원들이 고객에게 사람 대신 로봇을 권하는 모습이다. 고객을 모으기 위한 방편이지만 직원의 처지에서 보자면 스스로의 일자리를 없애는 자해행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의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는 올해 초부터 25만 파운드(약 3억7천만원) 이상 투자자에게만 창구의 투자 자문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로봇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전환해 투자 자문역 등 55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일간신문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리우올림픽 경기 때 로봇을 활용해 모든 경기 결과 속보를 전달했다. <워싱턴 포스트>가 자체개발한 기사 작성 로봇 헬리오그래프는 올림픽의 모든 경기 결과가 나오는 즉시 짧은 기사로 만들어 트위터와 홈페이지에 실었다. 사람의 개입이 없었지만, 어떤 기자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경기 결과를 전달했다. 기사 작성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로봇에 잠식당한 지 오래다. 기사 작성 로봇 오토메이티드 인사이츠는 기업 실적 발표와 같은 금융기사를 사람의 개입 없이 작성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 등 세계 유명 매체들이 이를 채택해 기업실적 외신 보도는 이미 상당수를 로봇이 작성하고 있다.

로봇이 ‘신속 정확’하게 기사를 작성하고 투자 자문을 하는 것에 대해 두 관점이 교차한다. 하나는 사람의 영역으로 여겨져온 일을 로봇이 빼앗는다는 불안감이고 다른 하나는 로봇에 맡길 수 있는 일은 로봇에 맡기고 사람은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면 된다는 관점이다. 이는 전자계산기나 엑셀 같은 수식 관리 프로그램을 바라볼 때와 유사하다. 암산과 계산 능력에서 기계와 경쟁하려 하면 승산이 없지만, 전자계산기와 엑셀을 활용해 기존 업무를 개선하려고 나서면 그 도구는 직업을 위협하는 칼이 아니라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칼이 된다. 일을 과거의 관점으로 보는 대신 강력한 도구를 활용해서 어떻게 새롭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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