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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기술이 세상을 바꿀까” 정말 그런지 실험해봤더니

등록 2016-08-23 10:29수정 2016-08-23 11:38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매사추세츠공대 미디어랩 설립자는 2005년부터 저개발국가 학생들의 정보화 교육을 위한 인도적 프로젝트를 펼쳐오고 있다. ‘모든 학생에게 노트북을’(원랩톱퍼차일드) 프로젝트다.

곳곳에서 성과가 보고됐다. 페루와 우루과이 등지에서 노트북이 제공된 이후 긍정적 효과가 일어났다. 그러나 3개월까지였다. 그 이후 참신함은 사라지고 이용률도 점점 줄어들었다. 15개월 뒤 치러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전혀 개선이 나타나지 않았다.

‘벽 구멍 컴퓨터’ 프로젝트도 유사하다. 인도 공대 출신의 수가타 미트라 박사가 뉴델리 슬럼가의 벽에 구멍을 뚫어 컴퓨터를 설치해놓고 동네 아이들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관찰한 실험이다. 그는 컴퓨터를 이용한 자기주도 학습이 아이들의 전반적인 학습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3개월 뒤 가보니 누구의 교육과 감독도 없었지만 아이들은 호기심을 갖고 다양한 창의적 용도로 컴퓨터를 활용하고 있었다. 빈민가 학생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스스로 영어와 분자생물학을 배우게 되었다고 강연한 미트라는 2013년 테드(TED)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학생들은 적절한 도구와 피드백 시스템만 있으면 전문가와 외부 도움 없이도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더 시간이 지난 뒤 ‘벽 구멍 컴퓨터’에 가보니 컴퓨터 다수는 사용되지 않았으며 작동가능한 컴퓨터는 게임을 즐기는 고학년 학생들이 독차지하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

2013년 캘리포니아대 샌타크루즈 캠퍼스 교수 로버트 페얼리와 조너선 로빈슨의 연구도 비슷하다. 학습용과 오락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아이에게 주면 아이는 ‘오락용’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멋진 표현으로 설명할지라도 기술이 사람의 성향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기술은 지렛대이기 때문에, 각자 품고 있는 의도와 성향을 더 크게 만드는 역할을 할 따름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던 과거와 달리 과학기술의 세계에서는 인간의 역할이 커진다고 버트런드 러셀은 말한다. 중요한 것은 “과거엔 허황한 상상에서나 가능했지만 이제 나쁜 사람은 상상보다 더 해로운 일을 할 수 있고, 선한 사람은 상상보다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신기술을 빨리 받아들이는 것보다 기술에 대한 성찰적 태도를 교육하는 게 시급하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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