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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연결당하지 않을 권리’ 낯선 개념이 등장한 이유?

등록 2016-02-28 19:01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2013년 독일 노동부는 업무시간 이후엔 비상시가 아니면 상사가 직원에게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퇴근시간 이후 상사의 휴대전화와 이메일을 받지 않아도 될 권리를 법으로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리암 엘 콤리 프랑스 노동장관은 곧 발표할 노동개혁법안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동안 도이체텔레콤·폴크스바겐 등 독일과 프랑스의 일부 기업에서 노사협약으로 업무시간 외 연락금지 방침을 적용해왔으나, 아예 법으로 명문화하려는 시도다. 프랑스와 독일은 주 35시간 노동제를 도입한 국가이고,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멕시코에 이어 2번째로 노동시간이 긴 나라다.

에베레스트 꼭대기에서도 인터넷이 연결되는 세상이 됐다. 이제는 지구상에서 이메일과 전화벨 소리를 피할 수 있는 생활공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언제 어디에서나 연결되고 싶은 욕망과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과 서비스 덕분이다.

늘 연결된 삶은 편리함만큼 그늘도 드리우고 있다. 원치 않는 연결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무시간이 지났는데 걸려오는 상사의 업무 요구가 대표적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자유·평등·박애에 이은 프랑스의 새로운 권리로 조명했다.

‘잊혀질 권리’ ‘연결되지 않을 권리’ 등 낯선 개념이 새로운 권리로 조명받는 현실은 의문으로 이어진다. 과연 권리가 될 수 있는 개념인가? 다른 사람의 기억이나 검색화면에서 나를 잊어달라고 요구하는 게 권리일 수 있는가? 특정인으로부터 오는 전화와 이메일을 선별적으로 금지하도록 하는 것도 노동자의 권리가 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개념과 용어가 낯선 이유는 정보화사회의 삶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우리가 지금 당연시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다양한 권리도 처음에는 없던 것이 시민사회와 권리투쟁의 역사를 거치면서 얻어진 개념들이다.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권리가 있는 게 아니고, 각성한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로운 권리와 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디지털시대에 계속 새로운 권리와 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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