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비평가’ 예브게니 모로조프
기술 진보와 사회 진보는 거리 멀어
인터넷은 광고와 감시로 가득차
사이버 이상주의 깨고 실체 봐야
기술 진보와 사회 진보는 거리 멀어
인터넷은 광고와 감시로 가득차
사이버 이상주의 깨고 실체 봐야
예브게니 모로조프(31)는 소련 시절의 벨라루스 출신으로, 한때 인터넷의 확산이 동유럽에 민주주의를 가져오리라 보고 시민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그 뒤 과정을 지켜보며 기술이 저절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과학사를 연구 중인 그는 여러 해 전부터 <뉴욕 타임스> <가디언> 등에 미국 중심의 인터넷 세계화를 비판하는 글을 실어왔다. 인터뷰는 지난달 전자우편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고도의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인터넷이 세상을 변혁하리라는 초기 이상은 현실에서 다르게 진행된 것 같다. 우리가 생성하는 정보가 우리에게 속하지 않고 거대 기업들의 소유가 되듯이 말이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기술 인프라에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면 어떤 일들까지 이뤄낼 수 있는지 보여줬다는 점이다.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고 우리는 남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나쁜 소식은 그것이 진정 우리 사회를 진전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미국에는 요즘 스마트폰으로 주차 공간을 파는 게 유행이다. 실제 땅을 파는 게 아니라 주차할 수 있다는 정보를 거래하는 것이다. 도시계획을 증진할 수 있는 정보기술이 상업용으로 전락한 것이다. 다시 공공의 손으로 되돌리는 유일한 방법은 정보의 소유 구조를 다르게 하는 것이다.”
-무슨 뜻인가?
“(플랫폼을 제공하는) 대기업들이 정보를 소유하는 게 당연하다는 실리콘밸리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럼 누가 소유해야 하나? 시민, 도시, 당국 등 다양한 대안이 있다. 소유란 개념에도 문제가 있다. 지금은 정보를 소유한 이가 당연히 팔 권리도 있다고 여겨지는데, 꼭 소유한 사람에게 팔 권리를 줘야 하는 것도 아니다.”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게 실리콘밸리 혁신의 가치라고 한다.
“실리콘밸리는 ‘앱 패러다임’이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들은 사회적 문제를 풀기 위해 앱을 만든다. 그 앱으로 돈을 번다. 그러는 중에 사회문제는 자동으로 풀리리라 기대한다. 실제 문제를 푸는 건 누구인가. 대개 개인이 그 책임을 안게 된다. 과거 개인과 함께 책임을 안고 있던 기업과 당국은 덕분에 책임을 벗게 되는 것이다.”
모로조프의 관점으로 보면, 헬스 앱이 운동을 시켜주리라는 앱 패러다임 세상에선 사회적 의제인 보건은 순전히 개인이 알아서 지켜야 할 건강으로 대체된다.
-디지털 기술은 정보 강자와 약자의 격차를 점점 벌리는 듯하다. 무엇을 해야 하나?
“나는 더이상 의미가 없는 ‘인터넷’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가 인터넷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제 온갖 예측 기술, 광고와 감시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사이버 이상주의자들이 남긴 좋은 인상이 유산으로 강하게 남아 있다. 이를 깨고 실체를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예브게니 모로조프 인터넷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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