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 대회’(구글 IO)에 구글안경을 쓰고 나타난,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한겨레 자료 사진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지난 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아시아비트를 둘러봤다. 성공을 꿈꾸는 정보기술 분야의 아시아 5개국 스타트업들이 참가해 첨단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의 서비스를 알리는 행사였다. 사회관계망과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한 서비스가 선보였는데, 동작을 감지하는 피트니스 기능의 웨어러블 기기들과 사물에 통신 기능을 부착한 사물인터넷 서비스 등은 곧 닥칠 미래의 생활상을 그려볼 수 있게 했다.
그중에서도 동전만한 크기의 통신 단말인 비콘(beacon)을 활용한 서비스가 눈길을 끌었다. 비콘은 블루투스나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 영역대의 주파수를 활용해 약속된 단말과 정보를 주고받는 위치기반 서비스 장치다. 단추전지 하나로 1년 동안 작동하고 크기가 작은데다 스티커와 같은 형태로 변형도 가능해, 사물인터넷 서비스의 기대주다. 기존의 이통사 기지국이나 와이파이보다 정교한 위치파악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고, 복잡한 통신기능 없이도 작동해 활용범위가 넓다. 엔에프시(NFC) 칩과 달리, 별도의 접촉없이도 비콘을 인식할 수 있는 앱을 설치한 스마트폰 등 단말이 있으면 서비스 영역 안에서 정보를 제공해준다.
이 행사에서 한 업체는 비콘을 활용한 위치정보 앱을 전시했다. 가족간 위치 공유를 통해 안전을 높이는 서비스다. 24시간 동안 이동 경로를 가족간 공유하고, 긴급상황에서 구조신호를 보낼 수 있고, 택시 탑승시 정보를 보내는 안심귀가 기능등이 있다.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은 아이의 외투 속에 비콘을 넣어놓거나, 치매 증세의 어르신 신발에 부착할 경우 가족의 행방을 몰라 애태우는 일을 없게 만들겠다는 계획도 서비스 목록에 있다. 반려동물의 목줄에 비콘을 부착해놓으면, 강아지와의 산책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런 특징으로 애플, 페이팔, 퀄컴, 에스케이텔레콤 등 많은 업체들이 비콘을 활용한 사업에 적극 뛰어듣고 있다. 비콘을 설치한 상점 앞을 지나갈 때 저절로 쿠폰이 발급되고, 자전거나 가방 등에 비콘을 몰래 부착해 놓으면 분실시 위치추적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편리한 기술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기술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안착이 가능하다. 스토킹이나 범죄목적으로 상대의 차량 어딘가에 동전 크기의 비콘 하나만 숨겨 놓으면, 누군가에게 현 위치와 이동경로가 고스란히 제공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악용 의도에 대비하지 못한 채 기술의 한 쪽면만을 보고 서비스하고 개발하면, 사용자들로부터 ‘오빠 믿지’와 같은 악마의 앱으로 인식될 수 있다.
미국 <타임>이 ‘2012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한 구글안경은 올해 일반 소비자용으로 1500달러(약 160만원)에 시판이 됐지만, 거의 팔려나가지 않았다. 최근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014년의 실패한 기술로 구글안경을 꼽았다. 구글안경의 실패 이유는 기능이나 가격과 같은 개발자와 판매자 중심의 관점에서 추진된 기기의 특성을 드러낸다. 사용자들의 문화와 사회규범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개발된 제품의 한계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촬영하고 인터넷으로 즉시 공유할 수 있는 구글안경을 쓴 사람이 카페 한 구석에 앉아있다고 생각해보면, 이 기기의 실패 이유를 이해하기 쉽다.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기술도 성공할 수 있는 법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퀄컴이 개발한 동전 크기의 비콘.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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