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공짜’니까 불만 있으면 안 쓰면 된다고?
거대한 서비스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
‘공짜’니까 불만 있으면 안 쓰면 된다고?
거대한 서비스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인터넷 서비스 대부분은 무료다. ‘공짜’로 쓴다는 생각에 이용자들은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 별다른 요구 없이 주어진 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무료인 만큼 불만이 있으면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여길 따름이다.
페이스북은 실명을 고수해왔다. 누군가의 신고 등으로 실명이 아니라는 게 확인되면 서비스가 정지된다.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의 사회관계망 업체가 된 요인의 하나로 실명 정책을 든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페이스북의 실명 고수에 대해 사용자를 실제 신원으로만 활동하게 해 타깃 광고가 잘 먹히게 하는 페이스북 사업모델의 핵심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10월1일 페이스북은 “성적 소수자 커뮤니티(LGBT)에 사과한다”며 실명 정책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성적 소수자를 비롯해 가정폭력 희생자들은 실제 이름을 쓸 수 없다며 불만을 제기해왔지만, 페이스북은 묵살해왔다. 페이스북의 정책 변화에는 사용자들의 집단적인 온라인 행동이 큰 영향을 끼쳤다. 청원사이트(change.org)에서 실명 반대 서명자가 3만6000명을 넘어섰고, 엘로(Ello)처럼 가명을 쓸 수 있는 대안 서비스 가입이 늘었다.
인터넷 서비스에 불만이 있을 때 개인적으로 안 쓰는 것은 해결책이 못 된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처럼 자신들의 지인 대부분이 연결되어 있는 경우에는 나 혼자 안 쓰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무료’로 보이지만, 업체는 광고를 통한 수익모델을 택했을 따름이고, 사용자 편의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업체의 이윤 추구가 우선이다. 무료이니 ‘내가 안 쓰면 그만’이라고 그쳐서는 안 될, 사용자가 벗어날 수 없는 거대한 플랫폼 서비스에 이미 편입되어 있는 현실이다.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의 저자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돈을 내지 않고 사용한다면 당신이 상품이다”라고 말한다. 즉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에서 이용자는 고객이 아니라 상품이라는 말이다.
구본권 사람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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