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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애플 ‘스마트폰 주소록 수집 금지’ 규정 영향은?

등록 2012-03-12 20:29수정 2012-03-13 07:23

[프라이버시의 종말]
아이폰 앱, 이용자 동의 얻게 해
‘개인 연락처’ 서버에 저장해오던
트위터·카카오톡 등 개선책 고민
휴대전화 번호와 전자우편 주소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가 디지털 방식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하면서 전에 없던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과거엔 수첩을 분실해도 그 안의 전화번호부가 주목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소매치기에게 수첩 속 전화번호부는 지갑 속 현금과 달리 무가치했다. 주소록은 습득되어도 재활용되지 않고 보통 버려졌다.

스마트폰 환경에선 크게 달라졌다. 스마트폰을 분실하면 값비싼 기기를 잃어버린 게 안타깝지만, 그보다 먼저 그 안에 담긴 통화기록과 연락처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휴대전화기에 저장된 연락 상대의 휴대전화 번호 데이터베이스는 휴대전화의 쓰임새를 좌우하는 중요한 정보가 됐다. 휴대전화 초기에 100개 안팎이던 전화번호 저장공간은 거의 한도가 없고, 수천명의 연락처를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다니는 사용자들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에서 누군가의 연락처를 지우는 일은 드물고, 검색 도구 등의 도움으로 방대한 주소록에서도 손쉽게 상대를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 속 주소록은 점점 더 데이터베이스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업무용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블랙베리는 스마트폰 분실 때 원격에서 연락처 등 데이터를 삭제하고 전화를 불능화시키는 기능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 기능은 이후 다른 업체들의 전화기에도 속속 적용됐다.

스마트폰 속 주소록은 이제 정보기술 업체들이 무엇보다 탐내는 목록이 됐다. 무료 문자메시지 프로그램인 카카오톡이 단기간에 4000만명 가입자를 확보한 배경엔 휴대전화에 저장된 모든 전화번호의 대상을 단번에 ‘친구’로 만들어버리는 기능이 있다. 전화번호를 저장만 하면 이름도 모르는 전화기 저편의 택배 기사나 대리운전 기사, 대출 권유자도 단번에 얼굴까지 확인할 수 있다. 간단하게 주소록에 있는 상대에게 무료로 문자를 보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능이지만, 모두를 친구로 만들어버리는 강력한 기능은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로 이어졌다.

국내만이 아니다. 지난달 트위터는 이용자들이 트위터 앱에서 친구찾기 버튼을 누를 때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자사 서버로 전송해 저장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친구찾기는 저장된 전자우편 주소 등을 이용해 트위터에 가입한 친구를 자동으로 검색해주는 서비스다.

모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패스’(Path)도 이용자의 주소록을 자사 서버에 저장한 것이 최근 드러났다. 회사 쪽은 친구나 가족과의 빠른 연결을 위해 지인이 패스에 가입하면 알려주도록 이용자 주소록을 자사 서버에 올렸다고 시인했다. 애플은 이용자의 별도 동의를 받지 않은 주소록 수집을 금지하는 내용의 새로운 아이폰 앱 개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카카오톡 등 그동안 프라이버시 규정이 촘촘하지 않았던 환경에서 구축된 서비스들이 달라진 환경에 맞춰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에 빠졌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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