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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전자주민증, 정보유출·감시통제 심해질 것”

등록 2011-11-21 20:30

<경향신문> 1면에 실린 ‘주민등록증 발급 시작’ 기사
<경향신문> 1면에 실린 ‘주민등록증 발급 시작’ 기사
프라이버시의 종말
인권·시민단체들, 도입에 반대
기술발달 방향 예단할 수 없어
개인정보 이용 최소화가 최선
1968년 11월21일. 각 신문들은 이날부터 전국민 주민등록증 발급이 시작됐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1호로 발급받았다는 내용의 기사와 사진을 실었다.

이런 내용은 과거 신문을 데이터베이스화한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를 통해 당시 지면을 손쉽게 확인해볼 수 있다. 당시 <경향신문> 1면에 실린 ‘주민등록증 발급 시작’ 기사(사진)는 이렇다. “(이로써)…유명무실했던 시·도민증은 자동적으로 폐지되고 18세 이상 국민은 모두 고유번호가 붙은 새 등록증을 죽을 때까지 휴대하게 됐다. 등록증에는 병역과 특기사항도 기록돼 있어 유능한 인력을 평상시는 경제 건설에 활용, 유사시에는 인력 동원에 쓸 수 있는 2중효과를 얻도록 했다. 군인을 제외한 모든 국민이면 누구나 등록증을 휴대하도록 의무를 지우고 있어 요즘 간첩 침투와 관련, 주민의 이동실태 파악과 볼온분자·남파간첩 색출에 큰 도움이 되는 이점도 있다. 박정희 대통령 내외는 이날 서울 종로구 자하동사무소에 나가 제1호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당시 기사엔 박 전 대통령 부부의 주민번호가 고스란히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엔 주민번호가 생년월일이 기록돼 있지 않은 12자리였으나, 1975년부터 현재의 13자리 체제로 바꾸면서 앞 6자리가 생년월일로 대체됐다.

2002년에는 경찰이 단병호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과 간부를 지명수배하면서 수배전단에 주민번호를 공개해 파문이 인 적이 있다. 경찰이 전국에 알린 이 주민등록번호는 이후 각종 도박·음란사이트에서 가장 널리 쓰인 공개 아이디가 됐다.

주민번호가 고스란히 드러난 얘기가 오래전의 일만도 아니다. 2008년엔 병무청이 누리집의 ‘공직자 등 병역사항 공개 조회’ 코너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 3만여명의 주민번호를 노출한 채 운영해오다가 <한겨레> 보도 이후 비로소 접근을 차단한 적도 있다. 굳이 해커가 아니더라도 정부가 제공해주는 병역 공개 대상 고위공직자 3만여명의 주민번호를 쉽게 확보할 수 있었던 셈이다.

최근 정부는 전자주민등록증을 도입하기 위한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전자주민증은 이름과 생년월일, 주민번호, 지문, 주소, 혈액형 등 개인식별 정보를 디지털화해 수록하고, 겉에는 증 발행번호만을 노출해 전용 판독기로 각종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이에 대해 진보네트워크센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은 “전자주민증이 도입되면 정보유출 문제와 감시통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는 수집과 전자적 이용을 최소화하는 게 최선이다. 기술이 어떻게 발달할지 예단할 수 없는 탓이다. 30여년 전 정부가 대통령의 주민번호를 서슴없이 공개할 때 떠올렸던 미래와 실제 나타난 미래는 너무도 달랐다. 현재 방식보다 전자주민증이 더 안전하다는 정부의 지나친 낙관은 그래서 위험하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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