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의 종말
지난달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소통과 여론 형성 수단으로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의 위력이 단연 돋보였다. 하지만 트위터를 활용한다고 모두 긍정적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많은 글을 올리며 홍보 효과를 기대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트위터 사용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선거운동원들이 후보자 대신 계정을 운영하면서 자화자찬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삭제하고는 “시스템 간 충돌이 일어났다”며 해명하기도 했다. 삭제된 그 글은 그 글을 저장하고 있던 이들에 의해 다시 한번 빠르게 전파됐다.
지난 6월 앤서니 위너(46)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 때문에 이미지를 망가뜨리고 결국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위너는 당시 한 젊은 여성에게 자신의 외설스러운 사진을 트위터를 통해 발송한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문제가 불거지자 위너는 “트위터 계정이 해킹당했다”고 항변했으나, 다른 외설 사진들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거짓말을 한 사실마저 드러났다. 33살에 뉴욕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7선에 성공한 전도유망한 정치인이었지만, 트위터가 전파되는 속도처럼 순식간에 나락으로 추락했다.
송영선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9월 전국적인 정전 사태를 두고 트위터에 “북한의 사이버테러에 의한 혼란 가능성이 99.9%다”라는 글을 올렸다가 곧바로 거짓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모두 사회관계망서비스의 속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용하다가 망신당한 사례다.
인터넷상의 정보는 공개하는 순간 정보 작성자의 손을 떠나기 때문에 아무리 삭제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원본과 똑같은 상태의 정보가 누군가의 손에 있을 수 있는데다, 갈수록 성능이 개선되는 검색을 통해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인터넷을 사용할 때 항상 인터넷 정보의 실시간 전파와 삭제 불가능이란 특성을 의식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구글은 전자우편 서비스인 지(G)메일에서 흥미로운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만취 상태나 비몽사몽 간에 전자우편을 함부로 보냈다가 이를 후회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다. ‘후회할 일을 막아주는 수학 퀴즈’라는 이 기능은 전자우편을 보내기 전 간단한 산수 문제 몇 개를 제한시간 안에 풀어야 메일이 발송되도록 하는 장치다.
엔에이치엔(NHN)이 운영하는 단문 블로그 미투데이는 원래 사용자가 ‘게시글 삭제’를 못하도록 설계돼 시행됐다. 글쓴이가 글을 쓴 지 1분 안에만 삭제할 수 있고, 1분이 지나면 하루에 1개의 글만 ‘위급요청’을 통해 비공개 처리할 수 있게 돼 있었다. ‘낙장불입’이라고 불리던 이 기능은 인터넷의 속성상 삭제해도 누군가가 이를 보고 저장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 기능을 특성으로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미투데이는 지난해 이용자들의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삭제’ 기능을 부여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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