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IT

‘최후 맞은’ 카다피, 위성전화 때문에…

등록 2011-10-24 20:49

프라이버시의 종말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지난 20일 은신한 지 두달여 만에 도피행각이 들통나며 최후를 맞았다. 고향인 시르트에 피신한 것으로 추정된 채 오리무중이던 카다피의 꼬리가 밟힌 것은 위성전화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은 카다피가 위성전화를 사용하는 것을 눈치채고 감청과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해 카다피의 신원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전화 발신지에 무인비행기를 출동시켜 폭격을 퍼붓자 결국 카다피는 체포됐다.

카다피의 은신과 발각 과정은 오사마 빈라덴의 용의주도한 장기도피와 대조된다. 지난 5월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주택가에서 미군에 의해 사살된 빈라덴은 10여년 가까이 미군의 추격을 따돌린 채 은거해왔다. 미 정보당국은 최첨단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며 총력을 기울였지만, 10여년간 빈라덴의 생사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테러공격 주모자답게 빈라덴은 어떤 경로로 정보가 누설돼 상대의 손에 들어가는지를 꿰뚫고 있었다.

빈라덴은 전화, 인터넷, 텔레비전 등 외부와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도청과 감청을 통해 자신을 추적하려는 상대방에게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빈라덴의 은신처가 발각된 실마리도 그의 연락책이 사용한 위성전화 한 통이었다.

기술문명에 대한 적대감을 품고 1978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의 각 대학과 항공사 등에 18차례 폭발물 우편을 보내 3명을 숨지게 하고 23명을 부상하게 만든 ‘유나바머’ 시어도어 카진스키의 장기간 은신 비결도 비슷하다. 유나바머 사건은 미국 범죄 수사 역사상 가장 길고,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간 사건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미국의 모든 수사기관이 동원됐음에도 1996년 카진스키의 동생이 형을 용의자로 신고하기까지 수사기관은 18년 동안 전혀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 카진스키가 잡히고 난 뒤 폭탄을 만든 그의 거처가 알려지며 미스터리도 풀렸다. 정교한 폭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이라 여겨졌을 카진스키의 거처는 문명과 단절된 몬태나 숲속의 작은 오두막이었다. 전화는 물론 전기, 수도, 도로도 연결되지 않은 외딴곳이었다.

외부 세계와의 단절은 네트워크를 감시하며 그 위에서 오가는 정보를 통해 추적하려는 감시자를 무력화시키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네트워크를 통해 오가는 모든 정보는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들여다보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리 강한 보안과 지능적 우회도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빈라덴이나 카진스키처럼 정보화 도구를 외면한 채 살아갈 수 있는 현대인은 거의 없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쓰는 사람들은 신원과 활동 내역이 언제든지 노출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정보가 디지털화하고 네트워크로 연결됨에 따라 만들어진 기록은 훼손되지 않고 영구적으로 보존되며, 지구 어디에서나 빛의 속도로 접근가능하고 유포된다. 프라이버시의 영역은 점점 사라져간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