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의 종말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남다른 태도에서도 여느 유명인과 확연히 구별된다. 지난 10월 5일 숨진 그의 장례식은 이틀 뒤인 7일 소수의 지인과 가족에 의해서 비공개로 치러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디지털 시대의 생활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한 비범한 천재에 대해 세계 곳곳에서 광범한 추모 열기가 일었지만, 당사자가 선택한 세상과의 작별 방식은 ‘비공개’로 진행된 지극히 개인적인 마무리였다.
스티브 잡스는 유명인이 어떻게 사생활 영역을 지켜낼 수 있는지, 또 디지털 환경에서 개인은 어디까지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본보기이기도 하다.
잡스는 프라이버시를 얻기 위해 ‘은둔’을 선택하지 않았다. 스웨덴 출신의 영화배우 그레타 가르보를 비롯해 몇몇 유명인들은 프라이버시를 지켜내기 위해, 자신을 고립시켜 외부세계에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썼다. 유명세를 얻었지만, 사회적 존재로서의 삶을 상당 부분 잃어버리는 선택이다.
잡스는 달랐다. 그는 20대 초반부터 애플컴퓨터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지만, 세상의 관심으로부터 숨지 않으면서 프라이버시를 지켜내려 애를 썼다. 특히 가족의 평화로운 삶을 지키는 데 관심을 쏟았다. 잡스가 숨진 뒤에야 비로소 그의 아내와 자녀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하지만 유명인의 사생활을 추적해 퍼뜨리는 이른바 ‘파파라치’도, 타블로이드 신문도 그다지 잡스를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그는 어떤 경영자보다 드라마적 요소를 갖춘, 세계인의 관심이 쏠린 뉴스인물이지만 그에 대한 사생활 추적 뉴스는 매우 적었다. 왜일까?
잡스는 기업 경영자로 외부에 공개되는 자신의 모습 이외에는 사적인 영역의 노출을 삼갔다. 수시로 수천명 앞의 무대에 서고 방송 인터뷰 등에 노출되는 유명인이었지만, 자신과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는 노력이 각별했다.
“프라이버시가 존중받기를 간곡히 희망한다”
프라이버시에 관한 잡스의 태도는 직접적인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1월 잡스가 건강 악화로 세번째 병가를 떠나게 되자, 투자자들과 언론은 잡스의 건강 상태에 대해 높은 관심을 기울이며 갖은 추측성 보도와 루머를 쏟아냈다.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잡스의 건강 상태 공개가 충분하지 않다며 애플을 비난하기도 했다. 올 1월17일 잡스는 병가를 떠나며 애플 직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냈다. “이사회 동의 아래 병가를 얻어 건강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나와 내 가족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받기를 간곡히 희망한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당부와 함께, 춤추던 루머성 보도들도 사그라들었다. 지난해 6월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한 컨퍼런스(D8)의 좌담에 나선 스티브 잡스는 디지털 시대의 프라이버시를 묻는 월트 모스버그 기자에게 “우리(애플)는 프라이버시를 극도로 신중하게 다룬다”고 답변했다. 잡스는 “우리는 프라이버시에 대해 실리콘밸리의 다른 기업들과는 전혀 다른 관점을 지니고 있으며, 실리콘밸리 기업들 다수는 애플을 이 점에서 구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잡스가 꼬집어 지칭하지 않았지만, 페이스북과 구글을 가리켜 한 말이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로 잡스 사후 세계 정보기술산업계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각광받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는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듯 밝힌 바 있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도 “만일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면, 처음부터 (웹에) 알리지 말아야 한다”며, 인터넷 세상에서는 일단 기록되면 구글에 의해 결국 검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잡스는 페이스북처럼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약관을 복잡하게 만들고 그 내용을 알기 어렵게 기술하는 것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잡스는 “프라이버시 약관은 당사자가 자신들의 데이터를 갖고 사업자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에 대해 쉬운 영어로 알기 쉽게 표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잡스의 집, 담장 없는 여느 집과 같아 마미시닷컴(Mommyish.com)과 같은 가족 가치를 중시하는 사이트는 잡스의 사후, 잡스가 자신의 가족을 프라이버시 노출로부터 지켜낸 것을 높이 평가했다. 이 사이트는 “타블로이드 폭로 문화가 넘치는 시대에 잡스와 같은 유명인이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지켜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잡스가 단호하게 가족을 지켜낸 것이 무엇보다 훌륭한 점”이라고 밝혔다. 이 사이트는 또 공적인 인물들은 어렵더라도 자신의 가족들 특히 어린 아이들을 대중의 관심과 추적으로부터 지켜낼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잡스는 아이폰·아이패드를 통해 인터넷을 통한 소통 방법을 혁신시키고, 사진과 자료 공유를 쉽게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지만, 정작 자신의 사생활은 여느 사용자들과 달리 거의 노출하지 않은 인물이기도 했다.
잡스는 자신의 프라이버시권을 적극적으로 요구함으로써, 여느 평범한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의 일상적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그를 산책길이나 자녀 학교 행사에서 만나면서 평범한 동네사람으로 대우했으며, 팰로알토의 한 일식집을 찾으면 종종 그를 만날 수 있기도 했다. 그가 동네 주민으로 생활하는 모습은 주민들의 협조아래 거의 사진으로 포착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3월엔 동네 카페에서 구글의 에릭 슈밋을 만나 차를 마시는 모습이 촬영돼 보도되어 그의 일상을 짐작하게 했다. 이번에 몰려든 추모객과 일부 언론에 의해 공개된 팰로알토의 스티브 잡스 집은 그의 프라이버시가 높은 담장과 외부인을 통제하는 경비를 통해 얻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집은 동네 여느 집들처럼 따로 담장이 없으며 집과 길의 경계를 표시하는 무릎 아래의 낮은 울타리 정도가 있을 따름이었다.
“애플은 프라이버시를 신중하게 다룬다”
하지만 잡스가 지켜오던 프라이버시의 영역도 훼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잡스가 “나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달라”를 요구를 할 수 없게 된 직후, 그의 보호 아래 있던 그의 아내와 자녀들에 관한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또한 팰로알토 마을에서 두드러지지 않던 그의 집도 모두에게 공개돼 이제는 숱한 방문객들의 관심사가 되게 됐다. 주소마저 이미 인터넷에 알려져, 구글 지도에서 위성사진이나 스트리트뷰를 통해 전세계 누구나 그의 집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프라이버시를 지키려 해도 디지털 환경에서는 점점 어려워지는 탓이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은 실리콘밸리 다른 기업들과 달리 프라이버시를 신중하게 다룬다”고 말했지만, 지난해 아이폰의 위치정보 기록 논란은 이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려준다. 제품을 개발한 애플도 모르는 새 사용자의 위치정보가 아이폰을 통해 기록되고 있었고, 잡스는 결국 “개발의 실수(버그)”라고 사과해야 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프라이버시에 관한 잡스의 태도는 직접적인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1월 잡스가 건강 악화로 세번째 병가를 떠나게 되자, 투자자들과 언론은 잡스의 건강 상태에 대해 높은 관심을 기울이며 갖은 추측성 보도와 루머를 쏟아냈다.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잡스의 건강 상태 공개가 충분하지 않다며 애플을 비난하기도 했다. 올 1월17일 잡스는 병가를 떠나며 애플 직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냈다. “이사회 동의 아래 병가를 얻어 건강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나와 내 가족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받기를 간곡히 희망한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당부와 함께, 춤추던 루머성 보도들도 사그라들었다. 지난해 6월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한 컨퍼런스(D8)의 좌담에 나선 스티브 잡스는 디지털 시대의 프라이버시를 묻는 월트 모스버그 기자에게 “우리(애플)는 프라이버시를 극도로 신중하게 다룬다”고 답변했다. 잡스는 “우리는 프라이버시에 대해 실리콘밸리의 다른 기업들과는 전혀 다른 관점을 지니고 있으며, 실리콘밸리 기업들 다수는 애플을 이 점에서 구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잡스가 꼬집어 지칭하지 않았지만, 페이스북과 구글을 가리켜 한 말이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로 잡스 사후 세계 정보기술산업계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각광받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는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듯 밝힌 바 있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도 “만일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면, 처음부터 (웹에) 알리지 말아야 한다”며, 인터넷 세상에서는 일단 기록되면 구글에 의해 결국 검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잡스는 페이스북처럼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약관을 복잡하게 만들고 그 내용을 알기 어렵게 기술하는 것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잡스는 “프라이버시 약관은 당사자가 자신들의 데이터를 갖고 사업자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에 대해 쉬운 영어로 알기 쉽게 표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잡스의 집, 담장 없는 여느 집과 같아 마미시닷컴(Mommyish.com)과 같은 가족 가치를 중시하는 사이트는 잡스의 사후, 잡스가 자신의 가족을 프라이버시 노출로부터 지켜낸 것을 높이 평가했다. 이 사이트는 “타블로이드 폭로 문화가 넘치는 시대에 잡스와 같은 유명인이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지켜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잡스가 단호하게 가족을 지켜낸 것이 무엇보다 훌륭한 점”이라고 밝혔다. 이 사이트는 또 공적인 인물들은 어렵더라도 자신의 가족들 특히 어린 아이들을 대중의 관심과 추적으로부터 지켜낼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구글 CEO의 커피 한 잔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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