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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사라지지 않는 ‘머그샷’ 삭제대행 서비스 등장

등록 2011-09-26 14:24수정 2011-09-26 19:52

경찰 체포된 뒤의 사진, ‘머그샷’이 실려 있는 florda.arrests.org. 이 사이트에는 카운티별로 주내 전역에서 찍힌 수많은 머그샷이 올라온다.
경찰 체포된 뒤의 사진, ‘머그샷’이 실려 있는 florda.arrests.org. 이 사이트에는 카운티별로 주내 전역에서 찍힌 수많은 머그샷이 올라온다.
프라이버시의 종말
 부녀자 연쇄살인범의 신상 공개 여부를 두고 한바탕 논란을 겪은 뒤 정부는 지난해부터 성폭력범이나 강력범 등의 사진과 이름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른바 조두순, 강호순 사건의 여파다. 검찰 역시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일어났고 피의자의 혐의 입증에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알 권리 보장과 범죄예방 등 공익을 위해 필요하고 판단되면 수사 중이더라도 피의자 정보를 공개하기로 공보 준칙도 바꿨다. 법원의 확정 판결 전까지 피의자가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칙과 충돌하는 입법이지만, 반사회적 범죄 혐의자에 대한 대중의 공분이 높아 법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일찍이 범죄 혐의자에 대한 정보 공개가 관행과 제도로 자리잡은 미국에서는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국 유타주에 사는 필립 캐비(31)는 평소처럼 구글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보다 순간 당황했다. 평소에 없던 항목이 새로 나타났는데, 10번째로 나타난 이 검색 결과는 그의 ‘머그샷(Mug Shot·얼굴 정면·측면 사진)’이었다. 지난 2007년 플로리다에서 음주운전으로 체포됐을 당시 경찰이 찍은 머그샷이 ‘피넬라스 카운티 교도소의 필립 캐비’라는 설명과 함께 뜬 것이다. 지난 4년간 구글 검색에서 찾아볼 수 없던 내용이었다.

 그의 경찰 체포사진이 올라 있는 플로리다어레스트(florda.arrests.org)엔 카운티 별로, 또는 직업군과 성별로 주내 전역에서 찍힌 수많은 머그샷이 올라 있었다. 그는 “당신은 더이상 범죄자가 아닙니다”를 내걸고 머그샷 삭제를 대행해주는 ‘리무브슬랜더닷컴’에 399달러를 내고 사진 삭제를 요청했다. 하루 뒤 구글 검색결과에서 문제의 사진이 사라졌음을 확인하고서야 그는 안도했다.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 최근호에 실린 사례다.

 미국에서는 경찰이 범죄 혐의자를 체포하는 즉시 ‘머그샷’을 일반에 공개하는 관행이 있다. 유죄 판결 여부에 관계없이 체포 시점에 촬영되고, 일반에 공개된다는 점 때문에 인터넷시대의 대표적인 프라이버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플로리다어레스트가 좋은 예다.

 이 사이트는 미국 각 지방 정부가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한 머그샷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이를 구글 검색에 잘 나타나도록 프로그래밍해 놓은 뒤 유료로 삭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사이트를 개설한 경위도 특이하다. 32살의 컴퓨터 전문가인 롭 위겐은 플로리다주의 한 멕시코 식당에서 불법으로 신용카드 정보를 몰래 빼내는 범죄(스키밍)에 가담했다가 적발돼 연방 교도소에 3년간 수감됐다. 2007년 출소한 그는 합법적 사업을 모색하던 중, 자신도 체포과정에서 찍힌 적이 있는 머그샷을 활용한 사업을 구상해냈다. 그는 각 카운티의 보안관들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머그샷을 수집해서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뒤 이를 구글 검색에 잘 노출되도록 프로그래밍해서 사이트를 개설했다. 컴퓨터 관련 범죄 전과자로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구글의 검색 기능에 결합시킨 것이다.


 

머그샷, 서부개척시대 현상수배 전단 위해 도입된 뒤 

 머그샷은 미국에서 19세기 서부개척시대에 현상수배범 공고를 위해 만든 당시 경찰의 관행이 굳어져 제도화된 것인데, 일단 기록되면 사라지지 않는 디지털 시대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유명인들의 머그샷은 여러 차례 화제가 된 바 있다. ‘셀레브리티 머그샷’을 검색하면 한때 체포된 적이 있는 수많은 명사들의 사진이 나타난다.

아동 성추행 혐의로 체포된 마이클 잭슨,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휴 그랜트를 비롯해 최근에는 패리스 힐튼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마약 소지로 체포돼 머그샷이 알려진 바 있다. 인터뷰 프로그램 래리킹 라이브로 유명한 래리 킹도 1971년 빚 문제로 체포돼 머그샷을 남겼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청년 시절인 1977년 뉴멕시코 앨버커키에서 난폭운전으로 웃는 모습의 머그샷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찍힌 머그샷은 미국의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에 따라 자동적으로 일반 공개(public domain)가 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머그샷은 재판 이전인 경찰 체포 단계에 촬영돼 공개되므로, 유무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플로리다어레스트 사이트도 알림을 통해 “이곳의 머그샷은 유무죄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며 “각 카운티의 보안관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정보를 수집한 것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플로리다주 법무부의 크리스티 고든 대변인은 “플로리다주는 공공정보를 적극 개방하고 있는 가장 투명성이 높은 주로, 머그샷도 촬영되는 즉시 공개된다”고 <와이어드>에 밝혔다. 공공정보로서 머그샷의 공개를 강조할 뿐, 이를 활용한 사업의 출현에는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평판관리 넘어 첨단프라이버시 사업

 취업이나 입학 등을 앞두고 지원자의 평판을 조회하는 기업이나 대학이 늘어나면서 미국에선 인터넷 평판 관리 서비스가 등장했다. ‘레퓨테이션닷컴’(Reputation.com), ‘리무브유어네임’(RemoveYourName.com), ‘디펜드마이네임’(DefendMyName.com) 등은 개인과 기업을 상대로 다양한 온라인 평판 관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레퓨테이션닷컴의 경우 한 달에 15달러짜리 개인용 서비스에 가입하면, 인터넷에서 가입자가 어떤 형태로 언급되거나 검색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구글, 야후, 빙 등의 검색엔진에 노출되는 고객의 부정적 정보를 삭제하거나 감춰주는 서비스는 29.95달러에 팔고 있다.

 이번엔 좀더 진화한 모델의 프라이버시 기반 사업이 나타났다. 기존 정보를 긁어모으고 재분류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뒤 이를 검색에 노출시켜 난처함을 일으켜, 삭제 및 관리 수요를 만들어낸, 인터넷 시대의 첨단 비즈니스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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