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의 종말
회사원 조아무개(31)씨는 지난해부터 페이스북을 이용하면서 종종 대조적인 경험을 하고 있다. 조씨는 중학교 때 뉴질랜드로 이민 간 뒤 연락이 끊겼던 단짝친구가 친구로 추천돼 반가운 인연을 찾았다. 하지만 조씨는 “헤어진 남자친구 얼굴이 ‘알 수도 있는 사람’으로 계정에 계속 떠서 안 좋은 기억도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조씨는 페이스북에서 친구맺기 요청이 들어올 때 모르는 사람이면 수락하지 않는다. 자신과 요청자를 동시에 알고 있는 지인들이 많을 경우에만 ‘친구’로 받아들인다. 페이스북은 누군가의 친구 요청을 보여줄 때, 두 사람을 동시에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고 그들이 누구인지를 함께 알려준다.
미국인 여성 헬렌은 최근 첫 데이트를 한 남자가 이튿날 페이스북에서 바로 ‘친구’로 추천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남자는 이제껏 이메일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한번도 연결을 시도한 적이 없는, 디지털에서 남남인 관계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헬렌은 상대남이 데이트 뒤에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방문한 것을 이용해 페이스북이 그 남자를 친구로 추천한 것으로 추정한다. 누군가 나의 프로필을 주의깊게 들여다본 사실만으로, 친구로 추천된다는 얘기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플러스 이용자들도 유사한 사례를 경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친구 추천’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확산시키는 원동력이다. 학교, 직장, 연령, 취미, 공통된 지인, 이메일 교환 여부 등을 통해 관계가 있을 법한 사람을 가려내 찾아주는 것은 물론, 이용자가 오래 잊고 있던 지인까지도 ‘알 수도 있는 사람’으로 추천해 사용자들을 놀라게 만드는 게 페이스북의 특징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들은 점점 더 많은 사람을 친구로 추천해 사용자로 끌어들이고 이용 몰입도를 강화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일촌끼리의 소통이 중심이었던 싸이월드도 지난해 8월 친구 추천 서비스를 도입했다. 미투데이와 트위터도 속속 추천 기능을 도입해 이용자를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검색엔진의 알고리즘처럼 친구 추천이 이뤄지는 방식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에스케이(SK)커뮤니케이션즈 추은정 홍보팀장은 “자세한 구조를 밝힐 수는 없다”며 “싸이월드 친구 추천은 학교, 일촌, 댓글 정보 등을 종합해 미니홈피나 이메일 주소 등의 정보가 없는 친구도 찾아준다”고 밝혔다.
‘친구 추천’은 편리하고 강력한 연결 도구이지만 부작용도 있다. 이혼한 배우자나 결별한 애인을 추천하는 것은 물론이고, 죽은 사람이 친구로 추천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유행이 65살 이상 연령층으로 확대되면서 숨진 사람을 친구로 삼거나 연락을 취하라는 메시지가 떠 사용자들을 당혹스럽게 한 일이 잦아 문제가 됐다. 국내에서도 ‘싸이월드의 친구 추천 없애기’에 대한 요청이 잇따랐고, 이에 싸이월드는 추천 기능 자체를 비활성화해 이를 선택하면 사용자가 누구에게도 추천되지 않도록 하는 선택권을 부여했다. 구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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