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의 종말]
최근 애플 아이폰 사용자의 위치정보가 지난해 6월 이후 스마트폰과 피시(PC)에 파일 형태로 저장돼 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전세계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사생활 침해 걱정에 시달렸다.
애플은 논란이 불거진 지 1주일이 지나서야 “사용자 추적은 없었으며, 통신 기지국과 무선랜 접속지점을 파악해 위성항법장치(GPS) 사용이 불가능한 지하실 같은 곳에서도 휴대전화의 위치를 파악하고자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1주일이 지난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보관한 것이나 암호화하지 않은 것 등은 ‘실수’라고 덧붙였다.
구글뿐 아니라 애플도 “스마트폰 사용자 위치 추적을 해오지 않았다”며 몰래 사용자의 뒤를 밟으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번 사건은 한동안 잊고 지내던 중요한 사실을 새삼 일깨워줬다. 플랫폼 사업자나 그 플랫폼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은 전세계인 누구나 당사자나 규제 당국도 모르게 얼마든지 추적할 수 있는 ‘빅 브러더’가 될 수 있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유에스에이(USA)투데이>는 지난달 28일 사설을 통해 “스마트폰이 새로운 차원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들춰냈다”며 “오늘날 첨단 기기 사용자는 기기 사용을 통해 얼마나 많은 정보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공유되고 사용되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1억명이 넘는 아이폰 사용자가 있지만 정작 사용자 위치정보가 암호화되지 않은 채 저장되어왔다는 사실이 10개월 뒤에야 영국인 프로그래머 2명에 의해 비로소 밝혀졌을 정도다. 휴대용 디지털 기기가 사용자 몰래 얼마나 많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 경각심을 일깨워준 것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디지털 기기 사용자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알면 서비스 개선은 물론 모바일시대의 금맥으로 주목받는 맞춤형 정보와 광고를 제공할 수 있다. 해당 정보에 대한 수요가 높은 건 이 때문이다. 사실 ‘사용자 추적’은 웹브라우저에도 탑재된 기능으로, 특정 웹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해당 사이트가 방문자 기록과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이에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지적이 높았고, 결국 크롬, 파이어폭스, 인터넷익스플로러 최신 버전은 ‘웹 사용기록 정보 추적 방지’ 기능을 만들어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추적 금지’(Do not track)법으로 불리는 관련 입법 움직임도 최근 미국에서 시작됐다. 앨런 로웬탈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은 지난달 컴퓨터·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인터넷에 접속할 때 해당 웹사이트가 사용자 기록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안하고 공청회를 열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모든 기업에 소비자들의 온라인 활동 및 개인정보의 수집·활용·저장 등에 관한 정보와 활동을 공개하도록 하고, 기업이 소비자 행태를 추적하거나 관련한 정보 활용을 할 때 소비자가 허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는 구글, 애플, 야후, 트위터, 페이스북 등 유명 정보기술 기업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구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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