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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서태지-이지아는 어떻게 결혼사실 숨길 수 있었을까

등록 2011-04-25 20:34수정 2011-05-01 19:48

[프라이버시의 종말]

결혼 사실조차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인기 연예인 서태지와 이지아가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연예인의 사생활 공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은 두 사람의 은밀했던 결혼과 이혼에 쏠린 대중적 관심 못지않게 디지털 시대의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와 관련해 또다른 궁금증을 낳고 있다. 어떻게 서태지와 이지아는 십수년간 대중의 추적을 피한 채 결혼 사실을 숨겨올 수 있었을까?

이지아는 여느 인기 연예인들과는 달리 그동안 개인에 관한 신상정보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베일 속 연기자였다. 뒤늦게 신원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에서 개인정보 캐내기가 마구 벌어지고 있지만, 연기자 이지아에겐 그동안 ‘외계인’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을 정도다. 돌연 세상에 나타난 이지아가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는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그녀를 잘 안다는 사람들도 없어 도무지 신상에 관해 공개된 사실이 없다는 게 ‘외계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인기 연예인이면 피하기 어렵다는 누리꾼의 ‘신상털기’가 실패한, 매우 드문 경우였다.

서태지와 이지아 두 사람의 주도면밀한 보안 의식과 철저한 사생활 비공개, 그리고 주변의 협조가 함께 작용한 결과겠지만, 누리꾼 수사대의 노력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른바 ‘신원 세탁’을 거친 탓에 인터넷을 통한 프로파일링과 추적 작업이 벽에 부닥친 것이다. 이씨는 미국 이민자로 그동안 본명이 김지아이며 1981년생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이지아의 본명이 김지아가 아닌 다른 이름이었고, 태어난 해도 1978년이란 게 비로소 드러났다. 누리꾼의 집요한 추적도 ‘1981년생 김지아’에 집중돼 있어, 진짜 정보에는 접근하지 못한 것이다. 국내에서 어렸을 적 면식이 있던 사람들 역시 나이와 이름도 다른 이지아를 자신이 알던 사람으로 짐작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신원 정보의 연결 고리를 ‘세탁’을 통해 끊어버린 것이 누리꾼의 추적을 따돌릴 수 있던 배경이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매우 드문 사례다. 디지털 시대에는 거의 모든 정보가 어딘가에 보존돼 있어, 검색을 통한 무한 추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지아에 대한 누리꾼 추적작업이 실패했다는 사실은 거꾸로 디지털 시대에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조건’을 알려주는 사례가 되기도 한다. 이번처럼 ‘이름’과 ‘나이’ 등을 바꿔 신원 확인의 연결 고리를 끊어버릴 때만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신분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은 어렵다.

지난해 구글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에릭 슈밋은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면, 처음부터 (웹에) 알리지 말아야 한다”며 “앞으로 청소년들은 성인이 되는 순간 자신의 ‘디지털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모두 이름을 바꿔야 할지 모른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철없던 때의 일탈이나 장난마저 모두 보존돼 검색되는 세상에서 자신의 과거를 포매팅하고 새 출발하는 길은 새로운 ‘아이디’를 부여받는 길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지아의 ‘과거 단절’은 에릭 슈밋의 ‘상상’이 현실화된 경우였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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