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정보도 여과없이 제공
‘인기검색어’가 소문 확산 통로
‘인기검색어’가 소문 확산 통로
프라이버시의 종말
회사원 이아무개씨는 최근 포털 한곳에서 한 소설가의 작품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 작가의 이름을 검색했다. 이름을 입력했을 따름인데도, 이씨는 작가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저절로’ 알게 됐다. 알고 싶어하지도 않은 정보를 포털이 시시콜콜 알려줬기 때문이다.
이씨가 작가 이름을 검색창에 입력하자 작가의 이혼 사유를 비롯해 전남편들의 실명과 직업, 딸의 이름, 아버지 직업과 이름 등이 이씨가 찾는 정보보다도 앞서서 나타났다. 이씨는 불쾌감을 느꼈다. 작가 자신이야 유명인이다 보니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는 것을 어쩔 수 없다지만, 그의 전남편이나 자식, 부모 등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도 개인적 정보가 노출돼 특정인의 ‘연관검색어’ ‘검색어 자동완성’ 등의 형태로 애초 관심이 없던 검색 이용자에게 ‘반강제적’으로 제공하는 데 대한 불만이자 두려움이었다.
인터넷이 사생활 침해의 주된 공간이자 수단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정작 포털 일부 서비스들은 포털을 무대로 일어나는 사생활 침해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위의 사례처럼 사용자가 검색하지 않았는데도 특정인의 사생활에 해당하는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사용자들에게 ‘밀어 넣는’ 서비스들이 이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게 국내 포털들이 “누리꾼의 현재 관심사를 보여준다”며 자랑하는 ‘실시간 인기검색어’다.
검색 수요를 분석한 뒤 관심도 높은 단어를 실시간으로 첫 화면에 노출하는 ‘실시간 인기검색어’는 인터넷을 통한 프라이버시 침해의 주된 통로다. 무슨 일이 누구에게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포털은 ‘실시간 인기검색어’ 형태로 정보를 제공한다. 나중에 당사자의 항의나 사생활 침해 지적이 제기돼 인기검색어에서 삭제되는 경우도 있지만, 인터넷 속성상 이미 상당수 이용자에게 노출되면 ‘엎질러진 물’이다. 최근 ‘신상털기’ 식의 인터넷 마녀사냥이 수시로 나타나는 이유는, 일부에서 화제가 된 사안을 포털이 ‘인기검색어’를 통해 인터넷에 주요하게 노출해 빠르게 확산시키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경우 하루 방문자가 1700만명에 이른다.
또한 사용자의 검색 편의를 돕는다는 의도로 제공된 서비스는 프라이버시 침해에 해당하는 연관검색어를 사용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가 찾는 정보를 정확도 높게 빨리 찾아주는 것은 검색엔진의 기본 구실이다. 그럼에도 사용자가 원치 않은 정보를 ‘검색어 자동완성’, ‘연관검색어’ 형태로 제공해 프라이버시 침해를 부르는 현상은 문제다. 대법원은 2009년 김아무개씨가 포털이 기사 댓글을 방치해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국내 4개 포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포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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