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4일 발표한 디지털플랫폼정부 핵심 과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제공
지난 4월14일,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 보고회’가 있었다.
윤대통령은 전자정부 차원을 넘어선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각 부처와 기관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해 국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챗지피티와 같은 민간의 인공지능 인프라에 정부 문서, 보도자료를 학습시켜 정부 전용 초거대 인공지능을 만들어서 바쁘거나 몰라서 놓치기 쉬운 정부 지원 서비스를 알려주는 국민 맞춤형 ‘혜택 알리미'를 2026년까지 구현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 서비스에 필요한 첨부서류를 모두 없애는 ‘관공서 제출서류 제로화’를 통해 연간 2조원을 아끼고, 공공부문의 종이 사용량을 50% 감축할 계획이다.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과학기반 행정을 추진하고 관련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디지털플랫폼정부 청사진을 발표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 공개된 구체적인 계획 문서를 살펴보았다. 과연 똑똑한 국민 비서를 이 정부 임기 안에 만들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첫 번째 이유는 공공 인공지능이 학습하려면 공공의 행정문서 형식과 체계를 바꿔야 하는데 관련내용이 계획서에 전혀 없다. 인공지능이 학습하려면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문서 형태여야 한다. 행정문서는 대부분 아래아한글로 작성하는데 ‘hwpx’가 아닌 ‘hwp’로 저장된 문서는 기계가 읽을 수 없는 형태이다. 아쉽게도 2021년 이전 작성한 아래아한글 문서는 모두 기계가 읽을 수 없는 형태이다.
기계가 방대한 자료를 학습하려면 연관성이 있는 데이터와 문서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웹페이지에서 연관된 문서들이 서로 링크로 연결된 것처럼 말이다. 행정문서는 부처마다 분리되어 관리하고 있고 부처 내에서도 연관성 있는 행정문서가 서로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다. 기계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의 행정문서를 어떻게 변환⠂통합하겠다는건지 구체적 계획이 없다. 과거의 행정문서는 예산을 들여 변환한다 하더라도 앞으로 생성될 행정문서는 기계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생산되어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국가의 기술을 책임지는 최고기술책임(CTO) 조직에 대한 계획이 없다. 민간과의 협업이 중요하지만 국가 행정 시스템을 민간에 고스란히 맡길 순 없다. 디지털정부 기술 로드맵과 국가 메타데이터 표준을 만들 수 있는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정부의 최고기술책임 조직이 행정 안에 있어야 한다.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행 계획이 구현되었을 때 파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공공의 일하는 방식과 대민 서비스가 바뀔 것이고 주요한 의사결정의 잣대가 될 것이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처음부터 잘 설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많은 예산이 들어 만들고 나면 바꾸기 매우 어렵다.
스타트업에서는 ‘애자일’ 방식이 일반화되어 있다. 제품이나 시스템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개발하지 않고 아주 기본기능만 구현한 뒤 피드백을 반영해 시스템을 완성해가는 방법론이다. 공공에서도 애자일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 작은 행정 단위에서 먼저 구현해서 실행하면서 국민의 피드백을 받아 시스템을 발전시켜야 한다.
디지털이기에 가능하다. 건물을 만들고 부수는 것은 어렵지만 디지털에서는 작게 만들어서 조금씩 수정하는 게 가능하다. 디지털의 속성을 백분 활용해서국민이 원하는 모습으로 디지털플랫폼정부를 만들어지길 바란다.
강현숙 사단법인 코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