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의 분산형 데이터베이스 ‘엑스로드’ 운영 구조. 엑스로드 공식 누리집 갈무리
<한겨레>가 지난 1~2월 찾은 싱가포르와 에스토니아 등 디지털 정부 선진국들은 공공 데이터를 부처 간에, 그리고 민간과 안전하게 공유하기 위한 플랫폼을 저마다 구축해 운영하고 있었다.
지난 2월8일 싱가포르 메이플트리 비즈니스시티 사무실에서 만난 차호 찬 싱가포르 정부기술청(Govetech) 최고기술책임자(CDO)는 “신뢰성 높은 공공 데이터를 어떻게 통합하고 공유할지가 디지털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2017년부터 ‘에이펙스’(APEX)란 이름의 개방형(오픈)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해 왔다. 차호 책임자는 “주소는 이민국, 수입 정보는 세금관리국 식으로 데이터별 담당 부처를 정해 두고, 모든 부처가 하나의 플랫폼에서 최신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에 올라온 공공 데이터는 애플리케이션 개발도구(API) 형태 게이트웨이를 거쳐 민간에 공유된다. 에이피아이는 데이터를 표준화해 외부 소프트웨어(SW) 개발자나 이용자와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구실을 한다. 에이피아이를 개방형으로 운용하면, 전문 지식 없이도 필요한 데이터를 적용해 새로운 플랫폼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차호 책임자는 “정보가 들어오고 나가는 관문을 잘 구축하는 게 보안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하다”고 했다.
차호 책임자는 “디지털 산업의 발전 가능성 또한 신뢰성 높은 데이터 확보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는 가장 빠른 길은 학습 과정에 쓰이는 데이터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에스토니아는 암호화한 공공 데이터를 여러 서버에 나눠 저장한 뒤, 특정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관이나 기업 등이 접근을 요청하면 검토해 데이터 교환을 허용하는 ‘엑스로드’(X-road) 라는 이름의 분산형 데이터베이스를 2001년부터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엑스로드는 정부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첫 사례로도 유명하다.
지난 1월31일 탈린에서 만난 카르멘 랄 에스토니아 전자정부 브리핑센터 디지털전환 고문은 “에스토니아 정부 플랫폼에 ‘원스 온리’(단 한번만·한 부처 서비스를 이용하며 입력한 주소나 연락처 등 개인정보는 다른 부처 서비스 이용 시 자동으로 불려지는)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엑스로드를 통해 부처끼리 데이터를 신속하게 교환할 수 있는 덕분”이라고 했다.
싱가포르/옥기원 기자
ok@hani.co.kr 탈린/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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