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수한 뒤 대격변을 맞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위터 게시물 1건당 입력할 수 있는 글자 수가 기존 280자에서 최대 4천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글자 수 확대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이용자들 사이에 ‘정체성이 퇴색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머스크는 12일(미국시각) “트위터 글자 수가 280자에서 4천자로 늘어나는 게 맞느냐”는 이용자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다만 글자 수의 변화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는지 설명은 없었다.
한눈에 볼 수 있는 짧은 게시물은 트위터의 상징이었다. 피처폰 시절 문자메시지 글자 수에 맞춰 140자로 건당 길이를 제한한 전략은 빠르게 핵심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과 결합해 이용자를 불러 모았다. 이미지·영상 전달에 특화된 새로운 소셜미디어 등장에도 트위터의 간결성 때문에 가장 빨리 전 세계 소식을 전하는 메신저 지위를 유지해왔다.
지난 2017년 글자 수를 140자에서 280자로 늘리는 과정에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스마트폰 보급과 맞물려 글자 수 제약을 완화해 더욱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게 한 시도였다. 단어 수가 긴 영어가 일본어 등과 비교해 내용을 담는데 제약이 크다는 의견도 반영됐다. 달라진 모바일 환경과 각 나라의 언어적 특성을 고려한 변화였음에도 트위터의 특성이 퇴색된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글자 수 제한을 사실상 없애려는 머스크의 실험에 이용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유명 게임 개발자인 리처드 개리엇은 머스크에게 답문을 보내 “내가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보다 트윗을 하는 이유는, 아무도 긴 질문과 답변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형식이 길어지면 소통에서 간결함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대격변을 맞고 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약 7500명 정규직 중 절반인 3700명을 해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트위터 수익을 광고주에 의존할 수 없다”며 유료 서비스 ‘트위터 블루’ 요금을 4.99달러에서 8달러로 갑자기 인상해 이용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기반으로 온라인 쇼핑과 결제, 원격 차량 호출 등 광범위한 기능을 결합한 새로운 슈퍼 앱 ‘엑스’(X)를 개발하겠다는 공언도 했다.
이번 글자 수 확대가 유료 서비스 기능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단문 트윗의 특성을 유지한 채 유료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뒤 2016년 서비스가 중단된 짧은 영상 서비스 ‘바인’의 부활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번 글자 수 확대도 이용자 수와 이용 시간이 지속해서 줄고 있는 트위터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업계에선 트윗 길이가 길어지면 체류 시간도 늘어나 광고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해석도 나온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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