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발리 여행을 다녀왔다. 호텔을 예약하려고 검색창에 ‘발리 호텔’을 입력하는 순간, 구글은 알아버렸다. 내가 발리 여행을 간다는 것을. 그 뒤부턴 발리 여행과 관련된 광고가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 처음에는 반복되는 광고가 눈에 거슬렸지만 이제는 그려려니 하고 체념한다. 눈에 거슬리는 광고가 내가 지금 인터넷에서 무료로 이용하는 서비스의 대가임을 아니까.
‘어텐션 이코노미(Attention Economy).’ 심리학자이자 경제학자인 허버트 사이먼이 처음으로 이론화했다. 우리말로 ‘관심경제’, ‘주의력 경제’ 또는 ‘주목 경제’라고 한다. 정보 홍수 시대에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서 가치를 만드는 경제활동을 일컫는 개념이다. 관심 경제의 대표적인 사례가 광고 비즈니스다. 지금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광고가 처음 도입됐을 땐 크고 작은 사회적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19세기 뉴욕에서 광고에 의존하는 최초의 신문인 <뉴욕선>이 발행됐을 때 모두가 곧 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파리에서 휘황찬란한 상업 예술 광고가 거리에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도 미학적인 이유로 반대 여론이 높았다. 파리시 당국은 포스터 설치를 제한했고 그 조처는 지금도 남아 있다.
세계 최초의 정부 광고인 1차대전 당시 영국 정부의 입대권유 포스터. 위키피디아
세계 최초의 정부 광고는 1차 세계대전때 영국에서 등장했다. 1914년 당시 독일 정규군은 450만명인 반면 영국 정규군은 8만명밖에 안 됐다. 영국 정부는 대규모 신병 모집 캠페인을 펼쳤다. 신문에 호소문을 실었고 영국 전역에 포스터도 붙였다. ‘왕과 국가가 당신을 필요로 한다’라고 적힌 포스터는 당시 영국인들에게 적잖이 주목받았나 보다. 2달 만에 75만명이 영국 육군에 입대했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대중적 인기를 얻으면서 광고는 자연스레 사적 공간인 가정집 안방으로 침투했다. 휴대폰이 생긴 이후로는 어디에 있든 광고를 피하기 어렵다. 늘 광고가 따라다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관심 경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은 당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관심 경제 산업과 거래를 맺고 살아간다. 혜택도 더불어 누리고 있다. 중요한 건 ‘우리가 그 거래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가’이다.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해서 공짜가 아니다. 가장 비싼 당신의 시간으로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지나친 비용을 치르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인터넷 초창기던 2001년, 로런스 레식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월드와이드웹(WWW)이 사람들을 텔레비전의 전자적 속박에서 해방시켜주고, 기여자이자 창조자로 바꿔주며 새로운 공유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과연 우리는 인터넷을 창조적 공유지로 활용하고 있을까. 더 심한 전자적 속박에 갇혀 있는 건 아닐까.
나의 관심이 곧 나를 규정하는 시대다. 검색어 한 번만 입력해도 수많은 ‘관종'들이 내 시간을 정산하려 달려든다. 주목 경제 시대에 내 집중력은 분산되고, 나는 좀더 가치 있는 일에 주목해야 할 비싼 시간을 속절없이 흘려보낸다.
바라건대, 내 호기심에 관심 좀 꺼주셨음 좋겠다. 우리에게도 주목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강현숙 사단법인 코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