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로 본 ‘비대면 금융’ 민낯
문자메시지·주민등록증 사진
본인 명의 타행계좌 1원 송금
3가지 확인 뒤 대출, 범죄 취약
법원 “금융기관 확인절차 불충분
명의도용 때 쉽게 대출받아 허점”
싱가포르는 여권 든 사진 요구 등
비대면 계약 때 철저한 고객 확인
문자메시지·주민등록증 사진
본인 명의 타행계좌 1원 송금
3가지 확인 뒤 대출, 범죄 취약
법원 “금융기관 확인절차 불충분
명의도용 때 쉽게 대출받아 허점”
싱가포르는 여권 든 사진 요구 등
비대면 계약 때 철저한 고객 확인
카카오뱅크 누리집 갈무리. IT기술로 간편하면서도 강력한 보안 검증을 제공한다고 소개한다.
“명의도용 대출 피해자에 채무 없어”
은행은 확인 소홀, 당국은 가이드라인 ‘구멍’
_______
“상생하겠다”던 카카오, 뒤에선 금융취약 계층에 ‘끝장 소송’ “이용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가속화돼야 합니다. 카카오뱅크는 이해관계가 아닌 우리 사회의 상생을 위한 후원을 확대하겠습니다.” 올 초 윤호영 카카오뱅크(카뱅) 대표이사는 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200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모바일 금융 안전망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카카오그룹이 회사 이미지 개선을 위해 연일 쏟아내온 ‘상생’ 구호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뒤에서는 카카오뱅크가 명의도용 범죄 피해자로부터 300만원을 받아내기 위한 ‘끝장 소송’에 나서면서, 상생 행보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8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2020년 11월 ㄱ씨가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의 피고였던 4개 금융사 중 카뱅을 뺀 나머지 3곳은 모두 1심 재판 결과(패소)를 받아들이거나 판결 전 채무를 조정했다. ㄱ씨가 금융취약 계층인 결혼이주여성인 데다, 명의도용을 저지른 전 남편 ㄴ씨가 형사처벌을 받으면서 ㄱ씨가 ‘피해자’라는 점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채무를 조정한 한 금융사는 <한겨레>에 “고객 과실이 없다는 점이 형사판결 등으로 인정될 경우 면책을 검토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뱅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고, 대형 법무법인 ‘화현’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카뱅이 그룹의 ‘상생 구호’가 무색해질만한 소송을 이어가는 것을 두고 “사업에 ‘나쁜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는 말이 나온다. 비슷한 명의도용 사건이 비일비재해, 이들이 모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등에 나설 경우 회사 손해가 크다는 뜻이다. 한 시중은행 계열사 관계자는 “(현재 기술상) 은행 영업점에서 신분증 등을 직접 확인하는 것보단 비대면 방식의 본인 확인에 허점이 있다”며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뱅은 비대면 영업이 전부인 만큼, 사업 초기 단계에서 불리한 사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세게’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뱅은 항소의 구체적인 배경 등에 대한 <한겨레>의 질문에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이어서 자세한 입장을 낼 수 없다”고만 답했다. 한편, ㄴ씨의 폭력에 자녀와 보호시설에서 지내던 ㄱ씨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1심 재판에서 이기고도 추가 법적 다툼을 포기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와 이주인권단체인 아시아의창이 취약계층에 대한 무료 변호를 자청하고 나서야 그는 힘을 내 재판을 이어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상생하겠다”던 카카오, 뒤에선 금융취약 계층에 ‘끝장 소송’ “이용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가속화돼야 합니다. 카카오뱅크는 이해관계가 아닌 우리 사회의 상생을 위한 후원을 확대하겠습니다.” 올 초 윤호영 카카오뱅크(카뱅) 대표이사는 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200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모바일 금융 안전망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카카오그룹이 회사 이미지 개선을 위해 연일 쏟아내온 ‘상생’ 구호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뒤에서는 카카오뱅크가 명의도용 범죄 피해자로부터 300만원을 받아내기 위한 ‘끝장 소송’에 나서면서, 상생 행보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8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2020년 11월 ㄱ씨가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의 피고였던 4개 금융사 중 카뱅을 뺀 나머지 3곳은 모두 1심 재판 결과(패소)를 받아들이거나 판결 전 채무를 조정했다. ㄱ씨가 금융취약 계층인 결혼이주여성인 데다, 명의도용을 저지른 전 남편 ㄴ씨가 형사처벌을 받으면서 ㄱ씨가 ‘피해자’라는 점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채무를 조정한 한 금융사는 <한겨레>에 “고객 과실이 없다는 점이 형사판결 등으로 인정될 경우 면책을 검토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뱅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고, 대형 법무법인 ‘화현’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카뱅이 그룹의 ‘상생 구호’가 무색해질만한 소송을 이어가는 것을 두고 “사업에 ‘나쁜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는 말이 나온다. 비슷한 명의도용 사건이 비일비재해, 이들이 모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등에 나설 경우 회사 손해가 크다는 뜻이다. 한 시중은행 계열사 관계자는 “(현재 기술상) 은행 영업점에서 신분증 등을 직접 확인하는 것보단 비대면 방식의 본인 확인에 허점이 있다”며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뱅은 비대면 영업이 전부인 만큼, 사업 초기 단계에서 불리한 사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세게’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뱅은 항소의 구체적인 배경 등에 대한 <한겨레>의 질문에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이어서 자세한 입장을 낼 수 없다”고만 답했다. 한편, ㄴ씨의 폭력에 자녀와 보호시설에서 지내던 ㄱ씨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1심 재판에서 이기고도 추가 법적 다툼을 포기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와 이주인권단체인 아시아의창이 취약계층에 대한 무료 변호를 자청하고 나서야 그는 힘을 내 재판을 이어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