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그린카가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공지문. 인스타그램 갈무리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 그린카가
‘앱 먹통’ 사태 수습을 이유로 이용자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한 혐의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 조사를 받는다. 10일 앱 먹통과 누리집 다운 사태를 동시에 겪은 이 회사는 피해 현황 접수를 명목으로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DM) 등으로 피해 회원들의 신상정보를 모았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건너뛴 데다, 개인정보 수집의 목적·기간도 명시하지 않는 등 개인정보보호법을 무더기로 어겼다는 것이다.
11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개인정보위 조사조정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추가 수집한 그린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이 회사의 카셰어링 앱과 누리집은 지난 10일 오후 1시께부터 접속과 회원 로그인이 되지 않는 등 먹통 사태를 빚었다. 11일 새벽부터 한때 서비스가 정상화됐지만 이날 오후 2시께부터 다시 앱이 켜지지 않고 있다. 전국 1만여대 차량을 운영하는 그린카 서비스가 다운되면서, 이 서비스 차량 이용자들이 차 문을 열지 못해 기차·비행기를 놓치거나 공항 주차장과 고속도로 휴게소에 갇히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그린카는 뒤늦게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지를 올려 ‘피해 현황 파악’에 나섰다. 첫 공지에서는 “이름·연락처를 본 계정으로 메시지 남기면 차후 보상방안에 대해 안내하겠다”고 알렸다. 공식 누리집이 다운됐으니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신상 정보를 보내라고 한 것이다. 이후 그린카는 재차 인스타그램 계정과 네이버 블로그에 ‘서비스 장애 상황 제출’이라는 제목의 설문조사 양식(구글폼)을 올렸다. 이 양식에는 피해 회원의 이름, 휴대전화 번호, 그린카 아이디(ID), 빌린 차량 위치·번호 등을 적게 했다.
10일 그린카가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설문지. 회원들의 이름·휴대전화 번호 등을 수집하고 있다. 구글폼 갈무리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를 받는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등은 기업 등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보주체의 동의 하에서만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회원가입 때 정보 제공 동의를 받았더라도, 개인정보를 다시 수집할 경우에는 법정 양식에 따라 별도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회원들의 ‘개인정보 통제권’을 지키고, 기업이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이다.
그린카는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목적과 보관 기한 등도 알리지 않았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처리자가 정보의 수집·이용 목적과 구체적인 수집 항목, 보유·이용기간 등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린카 공지에는 “불편 상황을 구글 닥스(설문양식)으로 제출해주면 빠른 파악이 가능하다”는 요구만 있을 뿐 이런 내용은 빠졌다. ‘상황이 급하다’는 이유로 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한 셈이다.
개인정보위는 그린카의 이런 조처에 위법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소명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번 먹통 사태가 ‘정보주체와의 계약 이행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등 본인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모을 수 있는 ‘예외 상황’에 해당하는지도 판단할 계획이다. 예외 상황이 아닌 걸로 판단되면 시정명령과 함께 최대 5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개인정보위는 그린카 피해 설문 과정에서 회원 개인정보가 노출된 정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10일 온라인 공간에서는 그린카의 구글폼에 피해상황을 접수한 일부 회원들의 이메일 주소와 휴대전화 번호 등이 다른 회원들에게 노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갈무리된 화면 등 (유·노출의) 근거 자료를 확인했다. 구글폼에 입력된 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경우 이 역시 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린카의 네이버 블로그 화면. 11일 오후 1시까지 이름·전화번호 등을 수집하는 설문지 링크가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나 안내 없이 그대로 올라와 있다.
그린카는 사고 당일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잠시 동안만 에스엔에스로 고객 정보를 모았다는 입장이다. 그린카 관계자는 <한겨레>에 “피해 집계 차원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고객센터와 1대1 문의 게시판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소통창구가 필요해 한시적으로 (에스엔에스) 설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비스 장애로 인한 회원 피해 보상 방안에 대해서는 이날 추가 공지를 올려 “장애 시간 내 대여 또는 대여 예약한 고객들에게 100%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