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국가정보원의 ‘사이버 사찰’ 우려를 일으키고 있는 ‘국가사이버안보법’ 제정안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과 상충한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법안은 긴급한 사이버 보안 위험이 발생할 때 국정원이 법원 허락 없이 개인의 통신기기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이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국회와 청와대 등에 밝힌 상태다.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범죄 수사·사이버 안보 등 국가의 필요로 정보를 수집하더라도, 꼭 필요한 정보를 최소한으로 수집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국가사이버안보법안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이 법안은 ‘대규모 사이버 공격에 대한 체계적 대응’ 등을 이유로 국정원의 권한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국정원이 법원 허가를 얻어 국내 디지털 정보 보관자로부터 관련 정보를 열람·취득할 수 있게 하는 조항 등이 담겼는데, 긴급 상황에서는 국정원이 법원 허가 없이도 정보 수집을 할 수 있게 했다.
개인정보위는 사이버안보법안의 이런 조항들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에 배치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정렬 개인정보정책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사이버안보법안 등은) 개인정보보호법과 상충 소지가 있다. 근본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의 내용을 배제하는 듯한 표현들이 각 조항에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위는 이 법안을 심의하는 국회 정보위원회에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법안의 개인정보 침해 소지에 대해) 부처간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개인정보 보호가 훼손되지 않도록 개인정보위의 역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사이버안보법 제정안은 현재 국회 정보위 법안심사소위 안건으로 상정돼 있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앞서 국방부·경찰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도 “부처간 논의가 더 필요하다”, “민간분야 사이버보안 컨트롤타워 기능까지 국정원에 맡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 등의 이유를 들어 국회 통과 반대 의견을 공식화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