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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단독] 카카오그룹 내부 달래기 2탄…‘격무 상징’ 포괄임금제 폐지

등록 2022-02-17 04:59수정 2022-02-17 11:54

카카오페이 7월에 폐지 결정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하기로
연봉인상 이어 처우개선 ‘당근’
지난해 11월3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코스피 상장 기념식. 한국거래소 제공
지난해 11월3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코스피 상장 기념식. 한국거래소 제공

카카오페이가 오는 7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선택근로제)’를 도입한다. 이 회사 직원들도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하고, 초과근무 시간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포괄임금제는 노동자가 얼마나 오래 일하든 미리 정해진 만큼의 근무 수당만 지급하는 제도여서 ‘크런치 모드’(장기간 격무)가 잦은 아이티(IT·정보기술) 업계 직원들의 원성을 사왔다. 최근 일부 임원의 ‘주식 동시 매도’ 논란 이후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가 앞다퉈 ‘노동환경 개선’ 카드로 내부 달래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포괄임금 ‘폐지’·선택근로 ‘신설’ 16일 아이티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카카오페이는 노사합의를 거쳐 오는 7월 포괄임금제를 전격 폐지할 예정이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연장·야간·휴일 근무 시간과 상관없이 미리 정해진 일정액의 기본급과 수당만을 지급하는 임금제다. 2017년 창사 이후 포괄임금제를 유지해온 카카오페이 역시 직원들에게 실제 근무시간과 상관없이 매달 일정 시간의 근무를 할 것으로 예상해 산정된 금액의 급여만을 지급해왔다.

포괄임금제는 아이티 업체 직원들 사이에서 ‘공짜 노동’을 강요하는 제도로 특히 악명이 높다. 개발자와 기획자 등 아이티 엔지니어들은 앱 출시·배포 등을 앞두고 밤샘 노동을 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 제도에선 법정 노동시간 상한인 ‘주 52시간’을 꽉 채우거나 초과하고도 일한 만큼의 수당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카카오페이 직원들 사이에서는 포괄임금제 폐지를 원하는 여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개인별 근무시간을 정확히 측정할 방식 등을 정해 7월부터는 노동 시간에 비례한 연장근로 수당 등을 지급할 방침이다.

다음 달에는 선택근로제도 도입한다. 선택근로제는 구성원이 저마다의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는 제도다. 직원들은 1개월(연구개발직은 3개월) 동안의 주 평균 노동시간이 52시간 이내인 선에서 자기 근무 일정을 짤 수 있다. 오전 10시 출근·오후 7시 퇴근 등을 원칙으로 하는 카카오페이의 현 근무체계에 비해 업무·생활 패턴에 따라 재량껏 시간을 쓴다는 장점이 있다.

카카오페이는 3∼4월 2개월 동안은 하루 중 필수 근무 시간대인 ‘코어타임’을 둔 부분 선택근로제를 도입한다. 이후 5월부터는 코어타임을 없앤 완전 선택근로제로 전환된다.

■연이은 ‘처우 개선’ 카드로 ‘내부 달래기’ 카카오페이는 카카오 계열사 100여곳 중 이 제도를 유지한 몇 안 되는 회사 중 하나였다. 카카오 본사를 비롯한 대다수 계열사는 2019년에 이미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최근까지 포괄임금제를 유지하던 카카오뱅크도 이달 초 노사가 폐지에 합의했다.

두 회사가 늦게나마 임금제를 바꾼 데는 최근 일부 임원들의 ‘주식 대량 매도’ 논란이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를 비롯한 이 회사 임원 8명이 스톡옵션을 동시 행사하면서 카카오페이는 이 논란의 진원지가 됐다. 이후 카카오 본사·계열사들의 주가가 폭락하자 외부 주주는 물론 스톡옵션·우리사주 등을 보유한 직원들의 여론도 들끓었다. 특히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에서는 포괄임금제 등 그동안 쌓여왔던 처우 관련 불만이 함께 터져나왔다.

이에 카카오 계열사들이 ‘내부 달래기’를 위한 처우 개선책을 연이어 내놓는 모습이다. 카카오 본사에서는 남궁훈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가 “올해 임직원 연봉 예산을 15% 증액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그는 회사 방침을 직원들에게 직접 설명하기 위한 게시판 ‘비전톡’을 내부망에 신설하는 등 소통 강화 행보에도 열중하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페이까지 다음달 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앞두고 직원들의 숙원이던 임금제 개편에 나서면서 다른 계열사들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한 직원은 <한겨레>에 “그동안 카카오는 다른 아이티 대기업에 비해 수당·인센티브 책정 등에 인색한 편이라는 내부 불만이 많았다. ‘근무 여건이 나쁘지는 않지만 보상도 약하다’는 뜻에서 ‘카무원’(카카오와 공무원의 합성어)이란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였다”며 “최근 회사의 처우 개선 행보에 대해 직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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