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가 올해 카카오 임직원의 연봉 총액을 15%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직원 처우가 후한 편인 아이티(IT·정보기술) 업계에서도 이를 두고 ‘드문 인상 폭’이라는 평이 나온다. 최근 임원들의 ‘주식 먹튀(먹고 튀기)’ 사태 등으로 추락한 내부 신뢰를 다지기 위해 카카오가 과감한 당근책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의 이런 움직임이 지난해 호실적을 누린 판교 테크노밸리 아이티 기업들 사이의 연봉 인상 경쟁에 불을 지필 거라는 관측도 있다.
■“연봉 재원, 올해 15%·내년 6%↑”
15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는 지난 13일 본사 내부망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연봉협상 재원으로) 2022년 전년 예산 대비 15%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겠다. 2023년에는 전년 대비 6%를 추가로 확보한다”고 밝혔다. 올해 임직원 연봉으로 쓸 예산 총액을 지난해보다 15% 늘리겠다는 뜻이다. 직원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체 재원이 늘면서 개인별 연봉이 평균 두자릿수대 증가율로 뛸 가능성이 커졌다.
남궁 내정자는 이 글에서 “베이스업(기본급 인상)이나 책정된 예산을 나누는 방식은 인사 실무(부서)에 맡기도록 하겠다”며 “확보한 예산은 필히 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연봉 협상을 앞두고 회사가 직원들에게 재원 총액을 공개한 선례가 아이티 업계에서 드물기 때문이다. 현직 대표이사가 아닌, 취임을 앞둔 ‘내정자’가 민감한 연봉 문제에 대한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건 더욱 이례적이다.
■‘위험수위’ 내부 불신 달래기
남궁 내정자의 이런 행보는 ‘내부 불신 달래기’라는 다급한 숙제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카카오에서는 성과 보상의 방식·규모 등을 둘러싼 직원 반발이 거셌다. 지난해 초 한 직원이 ‘함께 일하기 싫은 동료를 꼽으라’는 동료 평가 방식에 압박감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데 이어, 아이티 업계의 ‘연봉 인상 경쟁’ 속에서도 카카오가 기본급을 인상하지 않으면서 사내 여론이 동요했다.
특히 지난 연말 류영준 전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 등 일부 임원들이 동시에 계열사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경영진을 향한 내부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이직이 잦은 아이티 회사에서 직원 ‘민심 이반’은 무더기 인재 유출 등을 낳는 심각한 경영 리스크로 꼽힌다. 이에 남궁 내정자는 게시물에서 “(성과 보상 등) 나눔을 주관하는 리더는 그 나눔의 시간이 1년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되게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보상 체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다만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다음달 주주총회 등에서 주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연봉 인상이 영업비용을 늘려 단기적으로는 실적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듯 남궁 내정자는 “부담스러운 영업이익 하락은 사업적으로 풀어보는 방향으로 도전해 보겠다”고 썼다. 신사업 진출 등으로 매출을 늘려 영업비용 증가를 상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회사 내부망을 통해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본인에 대한) 연봉과 인센티브 지급을 일체 보류하고, 법정 최저임금만 받겠다”며 적극적인 주가 회복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