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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개인정보위, ‘시민 개인정보 침해’ 혐의로 법무부 조사한다

등록 2021-12-29 16:00수정 2021-12-30 02:33

얼굴정보 ‘무단 활용’ 인공지능 사업으로 조사
장관급 부처가 개인정보위 조사 받는 것은 처음
‘얼굴정보 유출’ 대구 수성구청도 조사 대상 올라
개인정보 ‘단순 위탁’이냐, 불법적 ‘제공’이냐가 쟁점
인천국제공항에서 자동출입국심사를 위해 지문 등을 인증하는 시민들. 공동사진취재단
인천국제공항에서 자동출입국심사를 위해 지문 등을 인증하는 시민들. 공동사진취재단

내·외국인 얼굴 정보 무단 사용으로 논란이 된 법무부의 ‘인공지능(AI) 식별·추적 시스템’ 구축 사업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가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0월 <한겨레> 보도 이후 ‘내사’ 차원의 점검을 벌여온 개인정보위가 구체적인 위법 정황을 포착하고 기획조사에 나선 것이다.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이 정보인권을 침해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개인정보위 조사를 받는 것은 법무부가 처음이다.

법무부·대구 수성구 AI 개발사업 ‘도마 위’

29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개인정보위는 이달 초부터 조사조정국(조사국)을 통해 법무부 인공지능 식별·추적 시스템 사업에 대한 기획조사를 벌이고 있다. 법무부가 주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무부처로 참여한 이 사업은 공항 출입국 절차 고도화를 명목으로 내·외국인 얼굴 데이터 1억7000만건 이상을 인공지능 학습용으로 활용한 게 핵심 내용이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10월 이 사업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뒤 법무부·과기정통부에 관련 자료를 요구하며 위법성을 따져 왔다. 사전 검토 결과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본격적인 조사로 전환한 것이다.

본 조사에서는 사업에 대한 추가적인 자료 요구는 물론이고, 필요 시 인공지능 연구시설 등에 대한 현장 조사도 병행한다. 최근 법무부가 외부 기관에 의뢰해 수행한 개인정보 영향평가 결과 보고서도 조사 자료로 활용된다.

법무부 사업 외에 대구 수성구의 ‘인공지능 융합 국민안전 확보 및 신속대응 지원 사업’ 역시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 사업에서는 민간업체가 알고리즘 학습용으로 제공된 시민 얼굴 영상 10만여건을 연구시설 밖으로 무단 반출한 게 적발됐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광범위하거나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 정황이 있을 때는 별도 신고가 없어도 개인정보위가 자체 검토를 통해 조사에 나서게 된다. 법무부와 수성구 사업 모두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 개인정보위는 위원회 의결을 거쳐 과태료 처분이나 시정 권고 등을 내리게 된다. 업무 책임자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을 통한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시정 권고를 받은 기관은 조처를 이행한 뒤 결과를 개인정보위에 제출해야 한다.

생체정보 ‘위탁계약’ 성립 여부가 쟁점

이번 조사의 쟁점은 법무부가 민간업체들과 맺은 개인정보 ‘처리위탁 계약’의 적법 여부다. 법무부는 이 사업을 위해 2019년부터 내국인의 자동출입국 심사 등록 정보 5700만여건과 국내 입국 외국인 정보 1억2000만건 등 최소 1억7000만건의 개인정보를 민간 개발업체에 이전했다. 정보주체들에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는 구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민간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닌, 단순 처리위탁을 한 것이므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앞서 낸 설명자료에서 “(이 계약은) 본래의 개인정보 수집·이용 목적과 관련된 업무 처리와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별도의 본인 동의를 요구하지 않는 개인정보의 ‘처리위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보인권 단체와 민변 등은 법무부 계약이 위탁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고 반박한다. 수탁자인 민간업체들이 사업 과정에서 ‘독자적 이익’을 누릴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다. 앞서 대법원은 2017년 4월 개인정보보호법 사건 판결문에서 “개인정보 처리를 위탁받은 수탁자는 위탁업무에 따른 대가 외에 개인정보 처리를 통한 독자적인 이익을 가지면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법무부는 사업 결과물(알고리즘)에 대한 저작권 등 경제적 이익을 참여 업체들에 보장하고 있다.

사업의 목적이 개인정보의 원래 수집 목적을 벗어났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출입국관리법상 입국자 신원 확인을 위해 수집된 얼굴 데이터를 특정인의 이동 경로 추적이나 행동 예측 등에 사용하는 것은 개인정보의 불법적 ‘목적 외 이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활용한 얼굴 정보가 ‘민감정보’에 해당하는지 역시 불법성 판단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얼굴·동작인식정보 등 생체 인식정보를 민감정보로 구분한다. 민감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등 처리하려면 정보 주체에게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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