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2022년 개인정보위 업무계획’에 대해 사전 브리핑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공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법무부 정보인권 침해 조사는 독립적인 개인정보 보호 감독 기구로서의 부처 역량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정보위는 행정안전부·방송통신위원회·금융위원회 등에 흩어져 있던 개인정보 보호 감독 업무를 통합해 지난해 8월 장관급 정부 부처로 신설됐다. 하지만 개인정보의 ‘보호’와 산업적 ‘활용’ 모두에 관여하겠다고 나서면서, “개인정보 침해 감시 기구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9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개인정보위의 ‘정체성 혼란’은 내년도 업무계획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22일 발표한 2022년도 업무계획에서 △공공부문 개인정보 과다수집 차단 △아동·청소년 등 사생활권 취약계층 보호 등 개인정보 보호 업무와 함께, △전 국민 마이데이터 활성화 등 데이터 산업 진흥을 과업으로 내걸었다. 연구개발·법령 정비를 통해 기업 등이 개인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길을 터주겠다는 취지다.
업무의 무게중심을 두고 부처 내부에서도 이견이 엿보인다. 개인정보위는 이날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과제의 우선순위가 각기 다르게 배열된 자료들을 내놓았다. 요약본 격인 보도자료에는 ‘공공부문 개인정보 남용 방지’ 등 개인정보 보호에 초점을 둔 과제들을 앞세웠다. 반면 차관이 낸 업무계획 발표문에서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앞(두번째)으로 끌어올리고, 공공부문 감독 방침을 뒤(마지막)로 미뤘다. 정부 부처가 과업 순서를 통일하지 않고 내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개인정보 보호 당국의 이런 갈지자 행보를 두고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참여연대, 민변, 정보인권연구소 등은 24일 낸 성명에서 “개인정보위가 (새해) 업무계획에서 정보주체 보호보다 산업 활성화를 내세운 부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개인정보위는 정보주체인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막강한 독립성과 권한을 부여받아 설치됐다.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호하는 소명을 최우선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법무부 조사가 개인정보 보호 기구로서 개인정보위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최근 공공기관들이 공공데이터를 사용한 신사업들을 우후죽순으로 추진하는 데 대해 개인정보위가 처음으로 제동을 건 사례이기 때문이다. 법무무가 ‘힘센 부처’란 이유로 실효성 있는 조사를 하지 못하거나 제재에 소극적일 경우, 내년 업무 목표는 물론 개인정보위가 표방하는 ‘독립성’도 흔들릴 수 있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법무부 사업은 개인정보 침해 범위가 광범위한 만큼 위법사항이 밝혀질 경우 엄정 조처가 필요하다. 시민사회는 개인정보위가 법무부를 상대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혜원 개인정보위 조사총괄과장은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민간업체와 동일한 기준과 절차로 위법 여부를 조사하고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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