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후소송단 등 청소년들이 5월2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524청소년기후행동’ 집회를 열어 기후변화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대적인 멸종의 시작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성장이라는 꾸며낸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9월 말 유엔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 마이크 앞에 선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의 표정은 어두웠다.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어른들을 질책한 툰베리의 삶은 그의 말만큼 단호했다. 육식을 포기했고, 엄청난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비행기를 타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번에도 스웨덴에서 미국 뉴욕까지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배를 타고 이동했다. 2주가 넘게 걸린 여정이었다.
툰베리는 지난해 8월 어느 아침, 학교가 아닌 스웨덴 국회로 향했다. 의사당 앞에서 2주 뒤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 기후위기를 핵심 의제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또 스웨덴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설정한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금요일마다 ‘파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 시작됐다.
툰베리의 파격적 행동과 발언의 울림은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툰베리와 뜻을 같이하는 세계 130여개국의 미래세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 학교파업에 동참했다. 한국도 함께했다. 지난 9월21일 전국 시민사회단체 330여개로 구성된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기후파업’을 했다. 무려 5천여명이 파업에 참여해 길거리에 눕는 퍼포먼스도 했다. 이날 파업에 참여한 기후변화 청년모임 ‘빅웨이브’의 대표 김민씨는 “기후위기로 미래를 위협받는데 직장이나 학교에서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봐야 의미가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삶이 미래에는 담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툰베리가 일으킨 파도는 아시아미래포럼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미래세대를 대표해 기후변화 청년모임 ‘빅웨이브’의 김민 대표가 23일 특별발언 시간에 연단에 선다. 김씨는 정치인, 기업인, 학자의 옷을 입은 기성세대에게 ‘지속가능한 미래 위해 당장 행동하라’라는 주제로 연설한다.
신은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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