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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때린 미, 테슬라로 되받은 중…‘보안 논쟁’ 확산

등록 2021-03-22 04:59수정 2021-03-22 07:41

중국 군인 테슬라 금지령
테슬라 유튜브 갈무리
테슬라 유튜브 갈무리

중국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보안 문제아’로 지목하고 나섰다. 테슬라의 데이터 수집이 국가 안보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테슬라 차량의 군시설 출입을 금지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이어가자 테슬라를 정면으로 겨냥해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사이버 보안 논쟁’이 테슬라로 옮겨붙은 셈이다. 데이터 확보 경쟁이 한창인 자동차 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21일 <월스트리트 저널> 등 주요 외신 보도를 보면, 중국은 최근 자국 군인과 국영기업 직원의 테슬라 차량 이용을 제한하기로 했다. 특히 군시설에 테슬라 차량을 타고 출입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앞서 중국 정부는 테슬라에 대한 보안 점검 끝에 차량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주로 문제 삼은 데이터는 영상 기록이다. 테슬라는 모든 양산차에 360도 시야를 제공하는 카메라 8대와 레이더, 센서를 장착한다. 여기에는 크게 두가지 목적이 있다. 카메라 영상은 운전자의 주행을 돕는 오토파일럿 기능에 활용되는 한편, 본사로 이송돼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쓰인다. 중국은 후자의 과정에서 데이터가 유출되거나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테슬라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지난 20일(현지시각) 중국의 한 포럼에서 화상을 통해 “테슬라는 미국 정부와 차량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중국발 보안 논란이 다른 시장으로 번질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테슬라 차량이 카메라 8대를 통해 영상을 수집하는 모습. 테슬라 유튜브 갈무리
테슬라 차량이 카메라 8대를 통해 영상을 수집하는 모습. 테슬라 유튜브 갈무리

업계에서는 중국이 테슬라의 장점이자 약점인 부분을 건드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주행 데이터는 테슬라의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받아왔다. 신경망 학습에 활용되는 데이터의 양과 질이 인공지능의 정확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구글 웨이모나 아마존 죽스처럼 차를 양산하지 않는 자율주행 업체들보다 테슬라가 유리한 지점이기도 하다. 테슬라에서 인공지능 개발을 총괄하는 안드레이 카르파티 이사는 2019년 ‘오토노미 데이’에서 “(신경망 훈련에는) 실제 세계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대량 수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테슬라는 자사 차량에서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독특한 포지션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데이터에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길 수 있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차량에서 수집하는 영상이나 위치정보를 모두 익명화한다고 강조하지만, 그 특성상 다른 정보와 결합할 시 개인 식별이 가능해져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안 시설에서 수집한 정보는 그 자체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몇몇 국가에서는 이미 논란이 싹트고 있다. 지난해 유럽 당국이 차량을 통한 위치정보 수집을 규제하려 하자, 테슬라는 “해당 조치는 운전자의 안전·편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업계는 이번 조치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많은 국가에서 주행 데이터 수집과 처리가 사실상 ‘규제 공백’에 빠져 있는 반면, 업체들 간의 데이터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도 데이터 싸움에 뛰어드는 추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타운홀미팅에서 “(주행)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일을 경쟁사보다 더 많이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제는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이 아직 낮다는 것”이라며 “테슬라가 중국 시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중국도 테슬라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어서 판도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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