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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미 물가 급등에도 금리 하락…어떤 신호일까

등록 2021-06-13 17:11수정 2021-06-14 02:33

Weconomy | 최석원의 현명한 투자

5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대비 5%까지 올라섰다. 단기적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상승률도 3.8%를 기록했는데, 이는 1992년 이후 제일 높은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정책과 관련된 절제의 선이 희미해진 가운데 특정 제품의 소비로 돈이 몰렸고, 이것이 원자재와 자산가격 상승을 통해 일반 물가로 이전되는 모습이다.

물가상승보다 더 흥미로웠던 점은 자산 가격의 흐름이었다. 높은 4월 물가 지표가 발표된 이후 큰 폭 하락했던 미국 증시가, 이번에는 더 높은 물가상승률 하에서도 상승했고, 채권가격 역시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채권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0.03%포인트 내린 1.44%를 기록했다. 처음 물가에 대한 우려가 커졌던 3월에 1.75%까지 올랐음을 감안하면 0.3%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사실 물가가 오르면 채권가격은 하락 압력을 강하게 받는다. 채권을 보유할 때 얻는 이자는 물가와 무관하게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올라도 같은 이자를 받는다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실질적인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5월 물가 지표 발표 이후 채권시장의 반응을 보며 의아하게 느낀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물가 급등에도 미국 채권금리는 왜 내렸을까? 우선 채권투자자들이 지금처럼 높은 물가상승이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의 반향으로 중고차나 피시(PC), 노트북 등 일부 제품에 대한 예상치 못한 수요가 나타나고, 재고 감소에 따른 투자 증가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나타났는데, 집단 면역으로 경제가 정상화되면 이 같은 현상도 마무리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회복으로 국채 발행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생겼을 것이다. 이 같은 기대로 글로벌 채권 투자 자금이 미국채 매수에 몰렸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시장금리는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기 때문에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금리 하락 안정의 가장 큰 공신은 역시 미국 중앙은행이라고 생각한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작년부터 지금까지 ‘이번 물가상승이 예상되었고 일시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불균형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고용 시장이 정상적으로 회복될 때까지 경제와 자산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빠른 통화정책 변경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시장에 심어주고 있다. 연준은 한 달에 1200억달러의 국채 매수를 지속 중인데, 현재 보유한 미국 국채는 전체 발행 잔액의 5분의 1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연준의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늘고 있다. 알리안츠 고문인 엘 에리언은 인터뷰에서 연준이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주장을 반복하는 변호사와 같은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 결과는 빠른 물가상승과 연준 정책의 급선회, 나아가 자산시장의 큰 충격일 것이라 예상한다. 그런가 하면 래리 서머스, 올리비에 블랑샤르와 같은 저명한 경제학자들도 미국 정부와 연준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의 정책은 과하며, 경제와 자산시장에 각종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얘기다. 여러 차례 반복된 중앙은행의 실수를 감안할 때 귀담아들어야 할 경고다.

그렇지만 정작 문제는 어떤 전문가와 경제학자도 거품의 크기, 꺼지는 시점 등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2004~2005년부터 많은 학자들이 미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과 붕괴를 예측했지만, 실제 거품이 붕괴한 시점은 2007년 말이었다. 경고가 있고 붕괴하기 전까지 수년 동안 부동산 가격은 이들의 예상을 벗어나 더 크게 올랐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자경단이라 일컫는 채권시장 역시 이 같은 거품과 붕괴를 예방하지 못했다.

높은 물가뿐 아니라 경험하지 못했던 주식 밸류에이션, 가상자산 시장과 밈 주식의 높은 변동성 등 투자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현상이 여럿 발견된다. 이럴 때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일부 줄여 놓는 지혜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높은 물가에도 내리고 있는 금리는 위험자산의 상승 기간과 폭이 생각보다 길고,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자산을 모두 팔고 현금으로 가야 할 시기는 아직 아니라고 판단된다.

최석원 ㅣ SK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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