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권사들의 2024년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전망이 속속 소개되고 있다. 극단적 시각을 빼면 대체로 현재 지수 기준 증시는 5~10% 정도 상승, 시장금리는 지금보다 내려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듯하다.
이런 ‘평균’적인 전망에 기대기보다는 시장 변동성을 크게 키우면서 동시에 예측하기 어려운 주제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중국이다. 중국 증시는 부동산 업체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기업 부채와 부동산 시장의 부진,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에 따른 성장 잠재력 훼손 가능성으로 오랜 기간 부진했다. 올해 들어 최근까지 미국 나스닥 지수와 일본 닛케이225 지수가 각각 38%, 26%, 한국·유럽 증시도 10% 이상 올랐지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각각 3%대, 18%대 하락했다. 최근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손실도 홍콩 증시 부진에서 비롯됐다.
중국 정부는 상황 반전을 위해 완화적인 통화·재정정책, 지방정부 채권 발행 한도 확대 등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성장률 제고를 겨냥하는 부양 정책이다. 이런 정책이 효과를 낸다면 글로벌 경제,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제와 증시가 수혜를 입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의한 신용 문제 해결만으로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막긴 어렵고, 자금 이탈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은 그 자체로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 경제 불안은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엔화의 급격한 강세 가능성이다. 이번 인플레이션 사이클에서 일본은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팽창적 통화정책을 유지했다. 그 결과 엔화 가치는 빠른 속도로 절하됐다. 이런 와중에 최근 통화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일본은행 총재의 언급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엔화 약세의 도움을 받던 일본 기업들의 주가는 하방 압력을 받을 테지만, 반대로 엔화 강세를 노린 일본으로의 자금 유입량이 늘 수 있다. 다수의 산업에서 경합하고 있는 우리나라 증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셋째 선거다. 내년에는 1월 대만의 총통 선거를 비롯해 11월 미 대선까지 굵직한 선거가 줄지어 대기 중이다. 한국도 4월 총선이 예정되어 있다. 과거 경험만 보면 선거가 경제와 금융시장에 무조건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경제·금융 환경이 정치 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일국의 정치권력 변화가 자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으로 보인다. 큰 전쟁 2개가 진행 중이고 미-중 패권 경쟁도 지속 중이다. 국내적으로는 총선 결과가 초래할 정책 기조의 불확실성뿐 아니라, 총선 후 미뤄뒀던 구조조정 가속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모두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는 요소다.
최석원 SK증권 미래전략부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