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진 ㅣ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원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1일 주요 20개국 보건정상회의에서 내년 중반 정도가 되면 지구촌에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잡힐 것으로 내다봤다. 단 각국이 백신을 차질 없이 접종해야 한다는 전제에서다. 아직은 나라마다 백신 접종의 진도가 천차만별이어서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다만 백신 선진국인 미국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지금 미국에서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만명 아래로 떨어졌는데 이는 불과 다섯 달 전인 작년 12월 하순의 31만 명과 비교하면 참으로 큰 폭의 안정세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성인 백신 접종률을 현재 50%대에서 7월4일 독립기념일까지 70% 이상으로 끌어올려 코로나19로부터 완전 독립선언을 할 태세다. 이제 미국을 비롯해 몇몇 선진국들은 이 질병에서 벗어나 경제의 본격 정상화 단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갈 게 분명하다.
이는 하반기부터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는 경제활동에 발목을 잡지 않는 국가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여름은 그 변곡점이고 하반기 포스트 코로나 환경을 반영해 자산시장에서도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자산가격이 새삼 이제부터 바이러스의 진정을 반영할 리는 없다. 왜냐하면 이미 주가를 비롯해 유가와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하반기 상황을 미리 반영해 뛰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세계적 질병은 그간 저금리와 높은 유동성, 유례없는 재정투자를 유인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의 고통과 상처가 심해질수록 자산가격은 더 많이 또 높이 튀어 올랐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진정은 자산시장에 양면성을 제공한다. 이런 점에서 하반기 코로나19 퇴조를 겨냥한 자산전략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금리는 계속 완만한 상승세가 예상된다. 물론 장기금리가 코로나19 이전의 경기 절정기 수준, 즉 미국 국채 10년물 기준 2019년 초의 2%대 후반에 이르는 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아직은 경기도 갈 길이 멀고 물가안정으로 통화 당국도 당장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에 많이 오른 원유나 구리와 같은 원자재 가격은 추가상승 여력은 남아 있으나 가장 가파른 상승 구간은 지나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환율시장에서는 최근 확진자 수 감소에 따라 달러가 약세로 기울기도 했지만 이 또한 주춤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확진자 수 둔화는 그만큼 통화 긴축의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산매입축소(테이퍼링)에 대한 힌트를 줄 수도 있어 달러는 소폭 강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결국 환율이 당장 어느 한쪽으로 급하게 기울지는 못할 것이다.
둘째는 백신 접종이 좀 더 진전되고 경기가 정상화될수록 주식시장은 이제부터 금리상승이나 통화 긴축, 증세, 재정지출의 명분 약화와 같은 반대급부들을 이겨내야 한다. 또한 증시 내부적으로는 밸류에이션(주가수익비율)이 너무 높은 종목들의 경우 주가상승 탄력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작년 4월 이후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초저금리를 등에 업고 많은 고피이아르(PER·주가수익비율)주가 양산됐기 때문이다.
셋째는 하반기 코로나19의 본격 진정을 고려할 때 그래도 가장 유망한 자산을 꼽으라면 그것은 주식이라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코로나19의 퇴조는 어쨌거나 경기의 본격확장을 뜻하는데 그 수혜 기업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와 원가상승을 제품 가격 인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소비재 기업은 여전히 주가상승 여력이 남아 있을 것이다. 경기회복을 미리 반영한 대부분의 원자재와 금리상승에 불리한 금보다는 주식의 매력이 오히려 나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