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상승했던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대체자산으로 여겨지는 금값이 오르고 있다. 그러나 금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미국 달러 가치다. 금 가격은 달러로 표시되고 투자자에게 금은 달러를 대신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이기 때문이다. 1973년 이후 장기 데이터로 분석해보면 주요 선진국 통화에 대한 달러지수가 1% 하락하면 금값은 2.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로 봐도 지난 3월 이후 달러 가치가 4% 정도 떨어지면서 금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이유는 미 정부가 지출을 과도하게 늘리고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돈을 지나치게 찍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대비 15%로 2차 대전 중인 1943년 27%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광의통화(M2) 증가율은 25%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특히 협의통화(M1) 증가율은 345%로 정상적인 경우라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이러한 미국의 재정 및 통화정책이 경기 회복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높이고 있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보다 4.2%나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요인까지 감안하면 인플레이션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미국 경제나 달러 가치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나타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 중 달러 비중이 1999년 71%에서 지난해에는 59%로 떨어졌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도 미국의 금리 상승 속도는 느리다. 미국의 10년 국채수익률은 최근 1.6%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물론 지난해 3월 0.6%와 비교하면 많이 올랐지만, 적정 수준에 비해서는 지나치게 낮다. 장기적으로 국채수익률은 명목 지디피 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였다. 올해 잠재 명목 성장률은 3.9%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무는 건 연준의 채권 매수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연준이 보유 중인 국채는 5조 1300억 달러로, 정부가 발행한 채권의 19%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에도 4%에 그쳤다. 올해도 연준이 계속 국채를 사들이는 터라 연준 보유 비중은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과 달러 가치 하락을 가속할 수 있다.
물가는 오르는데 금리가 상대적으로 덜 상승하면서 실질금리 마이너스 폭은 확대된다. 지난 4월 실질금리(국채10년수익률-소비자물가상승률)는 -2.5%로 198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8년 이후 통계분석에 따르면 실질금리와 금값 사이에는 상관계수가 -0.6이었다. 상당 기간 연준의 개입으로 실질금리는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금은 이자도 배당금도 없는 ‘알을 낳지 않는 암탉’일 수 있지만, 투자자산 일부로 금도 편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영익ㅣ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