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자산시장은 예상보다 강한 경기 회복세와 그에 따른 금리상승 부담이라는 큰 틀에서 움직일 것 같다. 특히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이 7%까지 예상되고 있고 실업률은 연말에 4% 대까지 바라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의 완전고용 수준에 거의 근접하는 수치다. 물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이 수차례 언급했듯이 상반기 물가상승은 지난해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이처럼 빠른 경기회복에 대규모 재정정책이 가세하고 있고 이미 오른 자산가격으로 집세나 각종 원자재 값이 생활물가에 속속 전가된다면 하반기에도 물가를 무조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이처럼 호재와 악재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디에 잣대를 두고 시장에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
우선은 지금과 다소 비슷한 과거 국면을 찾아서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12년 중반부터 2013년 말까지 증시 환경은 지금과 비슷한 면이 많다. 당시도 경기회복 초입으로 물가와 금리는 올랐으나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었다. 당시 자산시장 전체로는 주식이 가장 수익률이 좋았다. 금리상승이 살짝 부담 됐지만 경기와 기업실적이 그 부담을 눌러줬다. 주식 중에서는 경기확장과 물가상승에 유리한 업종, 즉 산업재나 소재, 소비재 주가가 선전했다. 결국 ‘금리상승을 이기는 실적주’가 승자가 됐다.
다음은 예전보다는 금리 대비 주가의 밸류에이션이 다소 높아져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 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금융안정 보고서도 자산시장의 일부 과열 현상을 지목했다. 즉 경기와 기업실적이 좋아지고 주식이 다른 자산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맞지만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른다면 주식이 기대 이상의 압도적인 수익률을 보이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실적장세가 더 이어지겠지만 이미 앞선 유동성 장세에서 큰 수익을 뿜어 낸 종목들이 많아 올해는 종목별 키 맞추기와 보다 엄격한 선별과정이 예상된다.
끝으로 환율은 당분간 큰 방향성이 없다가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긴축모드로 전환되면 달러강세 기조가 예상된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지금 신흥국 정부가 안고 있는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 대비 평균 65% 정도인데 이는 2008년의 두 배에 가깝다. 그간 저금리 상황에서 별 문제가 안 됐던 국가부채 관리에 빨간 불이 켜져 있고 경기회복에도 달러조달 환경이 팍팍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한국과 대만, 중국은 코로나도 잘 극복하고 있고 재정투자도 활발한데다 산업구조 또한 경쟁력이 있어 웬만한 선진국보다 괜찮은 신흥국이다. 환율과 증시 차별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요지는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가 더 오른다면 어떤 자산이든 기대수익을 과도하게 잡는 건 무리다. 그래도 위험자산을 공략한다면 여전히 질 좋은 미국 주식과 나머지는 아시아, 특히 우리 증시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 장기투자자라면 너무 멀리 가지 말고 한국의 우량 성장주에 머물 것을 권유하고 싶다.
KTB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