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 주식시장의 관심은 점차 새해 1월20일 출범하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 모아질 것 같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미국 민주당이 확정한 공약을 보면 바이든 시대의 정책방향을 엿볼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고용증대와 중산층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대외정책은 민주주의 국가 연합, 특히 미국의 리더십 부활이 강조됐다. 2021년 미 행정부의 정책 중 비교적 증시영향이 큰 정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재정지출 확대와 증세다. 바이든 정부는 앞으로 4년간 약 4조달러 이상의 재정지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중 약 22%의 예산이 교통 운송 등 인프라투자에 사용될 예정이다. 다음으로 예산배정이 큰 항목은 제조업 지원(17.7%)과 연금보험(17.4%) 부문이다. 제조업 지원은 첨단산업보다는 고용을 많이 일으키는 자동차 등 전통산업에 초점을 둘 것 같고 연금보험 적용 대상자의 확대는 오바마케어(의료보험)의 부활을 뜻한다. 다음으로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전체 예산의 12% 정도의 지출이 예정돼 있다. 이들 재원 마련을 위해 앞선 정부에서 21%로 내린 법인세를 28%로 끌어 올릴 계획이고 부유층 자산거래 과세도 검토되고 있다. 법인세 인상은 S&P500 주당순이익을 최소 10% 감소시킬 것이다.
둘째는 금융권 규제강화다.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가 2018년 바꾼 ‘도드 프랭크법’(2008년 금융위기 문제점들을 의식해 제정한 금융개혁법)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 금융규제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통상정책의 변화도 시장의 큰 관심사인데 다자간 협약이 기본원칙이므로 준비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중심주의는 크게 바뀌지 않고 기술분쟁이나 관세압박도 당장의 변화보다는 협상도구로 계속 사용할 듯하다. 양자관계에서 다자관계로 협상 틀이 바뀐다는 건 중국을 더 강하게, 일관성 있게 압박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대중국 화해무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내년 1월5일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결과가 변수지만 정책의 큰 틀에서 보자면 증시는 일견 트럼프 시대보다 바이든 시대가 불리해 보인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투자자들은 민주당을 꺼려했다. 하지만 증시에서 민주당 대통령 시절에 주가가 약했다는 증거는 없다. 증시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어느 정당이 의회를 장악하든 주가수익률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다만 정책 아젠다에 따라 시대마다 수혜기업의 차이는 존재했다. 어느 나라나 집권당의 철학과 정책이 주가에 투영되는 건 당연하다. 바이든 시대의 수혜업종은 이미 다 알려져 있다. 화석연료보다는 그린에너지, 내연기관보다는 전기차, 금융업보다는 제조업,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노후 사회간접자본 성능개선(토목건설), 원격진료, 바이오시밀러, 치매 보건관련 기업 등이다.
하지만 정책 수혜업종과 주도주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또 아니다. 밸류에이션과 기업경쟁력의 차이 때문이다. 더욱이 시장은 정책테마를 어느 정도 주가에 선반영하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막상 정책추진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야당의 저항에 부딪히면 주가는 거꾸로 갈 수도 있다. 특히 증시 전체가 조정국면에 들어간다면 정책 관련주도 힘을 크게 받긴 어렵다. 돌이켜 보면 정책 관련주는 늘 요란스럽긴 하나 주가 변동성이 컸고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또 기대했던 모든 정책관련 산업이 증시에서 효자 노릇을 하기보다는 제한된 소수 업종이나 기업만이 수혜를 입은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김한진 ㅣ KTB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