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가 발생하고 조금 지나 러시아가 국가부도를 선언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지만 코스피는 이 때를 바닥으로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월 갑자기 상승 속도가 빨라져 8개월 만에 280에서 1050이 됐다. 당시 주가 상승 요인으로 꼽았던 건 유동성 증가, 금리 하락, 미국의 아이티(IT)붐 등이었다. 경제도 한 몫을 했다. 주가가 오르기 직전인 1998년 6월 93.3에 지나지 않았던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2000년 6월 102.7이 됐다.
2001년 9월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했다. 테러 직후 ‘1930년 이래 최대 공황’이란 얘기가 나왔지만 주가는 다르게 움직였다. 테러 발생 직후 코스피가 470에서 오르기 시작해 이듬해 4월 940까지 상승했다. 주가가 올랐지만 경기가 기대했던 만큼 좋지는 않았다. 2001년 8월 98.9에서 출발한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이듬해 4월 101.7이 되는데 그쳤다. 주가가 100% 올랐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서인지 시장에 힘이 세게 실리지 않았다. 코스피는 2002년 4월 고점을 기록한 이후 6개월만에 다시 500대로 주저앉았다.
두 경우는 비슷한 점을 여럿 가지고 있다. 외부에서 강한 충격이 발생해 주가가 하락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 정책이 사용됐으며 그 덕분에 경기가 바닥을 통과했다. 지금도 상황이 비슷하다. 코로나19라는 외부 충격으로 주가가 하락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정책이 동원됐으며 외국인 매수가 들어오고 있다. 경기가 힘있게 올라가지 못하는 건 9·11테러 직후와 같다. 동행지수로 본 경기는 지난 5월 96.8을 바닥으로 10월에 98.4까지 소폭 오르는 데 그치고 있다. 그런 데에도 주가는 이미 사상 최고치를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