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대에 놓인 신용카드 인식 단말기에 애플페이, 삼성페이, 구글페이 결제가 가능하다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코로나19 영향으로 올 상반기 카드구매 이용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 이용액은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매해 증가하기 마련이지만, 신종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줄면서 카드 사용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은 카드 이용액은 줄었지만 대출상품인 카드론 수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지난해보다 순이익이 늘었다.
금융감독원은 14일 2020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을 집계한 결과,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424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26조1000억원)와 견줘 1조3000억원(0.3%)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가운데 신용카드 이용액은 340조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0.3% 줄었다. 신용카드 이용액이 감소한 것은 2004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전체 카드이용액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이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0년 상반기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은 269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2조8000억원(1%) 증가하는데 그쳤다. 2014년 상반기 0.5% 증가한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2019년에는 7.1%, 2018년에는 8.6%, 2017년에는 9%가 늘었다.
올 상반기 법인 신용카드 이용액은 3조8000억원(5.1%) 줄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법인카드는 회사의 비용 결제수단이 다양하고 유불리를 따져 쓰기 때문에 경기 동향과 거리가 좀 있다. 개인 카드는 올 1월부터 4월까지 소비심리 감소로 사용이 크게 줄었다가, 5월부터는 재난지원금 효과 등으로 인해 회복돼 1% 증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카드회사에서 대출을 받는 카드론은 25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10.5%(2조4000억원)나 증가했다. 카드론은 고신용자보다 보통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다중채무이용자들이 많이 활용한다. 카드사 연체율은 1.38%(6월말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3%포인트 하락했다. 체감경기는 좋지 않지만 코로나19 대출상환·이자 유예 등이 있어 카드 대금 납부가 밀리는 일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연체율이 생각보다 좋지만 대출상환·이자유예가 종료되면 일시에 상황이 나빠질까봐 우려도 크다”고 전했다.
카드론 증가와 연체율 감소 등으로 8개 전업카드사들의 순이익은 1조11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405억원) 보다 18.9% 증가했다. 카드론 수익(1243억원)이 증가한 반면, 이용자들이 국외여행을 떠나지 못하면서 국외결제수수료 등 비용(1319억원)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은 “코로나19 장기화 및 경기 둔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 (카드사)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건전성 지표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원리금 상환유예 종료에 대비해 연착륙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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