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증시가 10% 안팎 대폭락한 데 이어 급반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13일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투매를 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한때 8% 이상 폭락해 1680까지 떨어졌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줄여 전날보다 62.89(3.43%) 떨어진 1771.4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오전 한때 13% 이상 추락했으나 오후에 반등해 전날보다 7% 하락한 524.00으로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12.8원 오른 달러당 1219.3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오전 한때 1226원까지 급등해, 장중 기록으로는 2016년 3월3일(1227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날 미국과 유럽 증시의 대폭락으로 국내 증시가 크게 떨어져 13일 사상 처음으로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동시에 발동됐다. 장중 한때 코스피 지수가 1700 아래로 떨어졌던 이날 낮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날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은 미국과 유럽 증시가 전날 10% 안팎 폭락해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가장 많이 떨어진 데 영향을 받은 것이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국가에 대한 30일간의 입국제한 조처를 발표한 게 대형 악재로 작용하면서 9.99% 하락한 2만1200에 거래를 마쳤다. 유럽 주요국 상장사들이 포함된 스톡스유럽50 지수도 12.4% 폭락해, 마찬가지로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증시 개장 이후 처음으로 같은 날 가격안정화 장치인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전날보다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발동되는 것으로, 이후 20분간 매매거래가 중단된다. 코스피에선 미국 9·11 사태 직후인 2001년 9월12일 이후, 코스닥에서는 2016년 2월 이후 처음 발동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 폭락은 코로나19의 예측 불가능성과 빠른 확산 속도로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한다. 최석원 에스케이(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워낙 빠르다는 점에 시장 참여자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며 “일단 미국에서 확진자 증가 속도가 낮아지면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생겨야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유례없는 폭락장을 연출했던 유럽과 미국 증시는 13일(현지시각) 일단 반등했다.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장이 열리자 급반등해서 1000포인트 이상인 5% 가까이 오르며 시작했다. 에스앤피(S&P) 지수와 나스닥 지수 모두 장 초반 5% 이상의 급반등을 보였다.
박현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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